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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연휴… 수해 후유증… 高물가/올 추석은 "寒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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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연휴… 수해 후유증… 高물가/올 추석은 "寒가위"

입력
2002.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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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가 아니라 한(寒)가위 입니다."부산이 고향인 회사원 윤기훈(36·서울 관악구 신림동)씨는 최근 추석 귀향을 포기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휴일이 낀 짧은 연휴로 인해 최악의 교통대란 속에서 시달릴 일이 끔찍스럽기 때문이다.

주부 한모(52·경기 고양시)씨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고(高)물가로 인해 추석 상차림 걱정이 태산이다. "배 한개에 6,000원이나 달래요. 지난해 예산으로는 차례도 제대로 못 지낼 지경이에요."

올해 추석 분위기는 확실히 예년같지 않다. 전국이 아직도 태풍 '루사'의 후유증을 심하게 앓고 있는데다, 그 여파로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 짧은 연휴 등으로 인해 'IMF 추석' 이후 가장 우울한 추석이 될 전망이다.

▶국내·외 여행객 대폭 감소

'추석실종'을 가장 실감하고 있는 곳은 여행·관광업계. 특히 강원도는 모진 수해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강원도 내 주요 호텔과 콘도 등의 추석기간 예약률은 지난해 같은 시기의 4분의 1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강원도 관계자는 "설악산등 주요 관광지의 관광객이 예년보다 무려 70%나 줄었다"며 "수해에다 관광경기까지 가라앉아 이·삼중의 피해를 입고있다"고 울상을 지었다.

이 같은 상황은 정도 차이일 뿐 전국 대부분 관광지도 마찬가지. 제주도도 지난해보다 30∼40%가량 관광객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외여행 수요도 뚝 떨어졌다. K여행사의 경우 추석연휴 해외여행객이 5분의 1 수준에 머물고 그나마 동남아 등 가까운 지역 뿐이라 크게 낙담하고 있다. 여행사 관계자는 "연휴일수가 짧은 데다 불안한 국제정세, 수재민들을 생각해 여행을 자제하는 분위기 등 악재가 겹칠대로 겹쳤다"고 분석했다.

▶차례상도 썰렁할 듯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도 풍요로워야 할 추석을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회사원 이경균(45)씨는 추석선물 때문에 백화점을 찾았다가 사과 24개들이 세트가 12만원이라는 말에 발길을 되돌려야 했다.

태풍 여파로 치솟은 장바구니 물가가 추석이 가까워질수록 한층 기세를 높여가고 있다.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과일 등은 30∼60%, 수산물·축산물은 10∼30% 올랐다. 이에 따라 주부들은 선물 구입 비용을 줄이고 차례음식 가지 수를 줄이는 등 고육책을 쓰고 있다.

주부 강은경(40·서울 강서구 화곡동)씨는 "차례상에 올릴 음식과 친지들에게 돌릴 선물도 줄일 생각이지만 그래도 작년보다 돈이 더 들 것 같다"며 심란해 했다.

▶절반이상 "귀향 않겠다"

짧은 연휴기간으로 그 어느 때보다 귀성길이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아예 귀성을 포기하는 가족들도 많다.

광주가 고향이라는 회사원 한모(32)씨는 "꼬박 하루를 고생해 내려갔다가는 곧바로 또 고생하면서 올라와야 하는 상황이라 차라리 추석 이후 한가한 날을 잡아 고향에 가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 인터넷 사이트가 네티즌 1만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절반이상이 "귀향을 하지 않겠다"고 밝혀 시름많은 추석이 대거 귀향포기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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