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징 지음·박해순 옮김 뿌리와이파리 발행·1만1,000원공자는 엷게 썬 회를 좋아했다, 춘쥐안(春捲)은 원래 이슬람 음식이다, 상어지느러미 스프는 뻔한 속임수에 지나지 않는다….
저자 장징(張競)은 일본에서 활동 중인 중국 출신의 비교문화사학자. 춘추전국시대부터 명·청시대까지의 중국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며 중국 음식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준다. 개고기에서 상어지느러미까지 엄청나게 다양한 중국 음식의 변천사를 '논어'부터 '홍루몽'에 이르는 숱한 참고 문헌과 그림을 통해 고증하고 그것을 요령있게 전달하고 있다.
저자는 4,000년에 이른다는 중국 음식의 역사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한다. 중국 고전 어디에도 만두나 국수가 식탁에 올라온 기록은 보이지 않는다. 상어지느러미 요리도 명말청초에 '매우 맛이 좋다'는 기록이 나올 뿐이다. 길어야 400년의 역사인 것이다. 대표적인 중화요리인 쓰촨(四川) 요리 또한 고추가 중국에 전해진 것이 명나라 말기인 17세기이므로 400년을 넘지 않는다. 명나라 황제도 상어지느러미는 몰랐다. 그렇다면 공자는 뭘 먹고 살았을까. 공자가 손으로 기장밥을 집어먹었다거나, 한나라 사람들이 식당에서 개고기와 말고기를 사먹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이 책의 미덕은 다양한 요리의 종류와 방법을 역사의 변천과 함께 묶어 거꾸로 중국 사회사를 엿볼 수 있게 한다는 데 있다. 위진(魏晉) 시대에 사슴머리 요리는 사치의 상징이었으며, 송대(宋代)의 소동파는 돼지고기를 즐겼지만 송나라 사람들은 돼지고기를 싸구려 음식으로 여겼다. 상어지느러미 스프가 아니라 상어지느러미 찜을 먹어봐야 하는 이유 등 음식사 바깥의 이야기도 솔깃하다. 중국음식점에서 맛볼 수 있는 익숙한 일품 요리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점은, 거꾸로 우리가 맛보는 중국음식이 한국화했다는 증거일 것이다.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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