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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한국영화 쾌거이끈 "마당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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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한국영화 쾌거이끈 "마당발"

입력
2002.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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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회 베니스영화제에 참석한 김동호(65)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폐막일인 8일 입이 근질근질해서 혼났다. 폐막 전 이미 영화제 주최측의 고위 측근으로부터 '오아시스' 수상을 귀띔 받았지만, 그걸 이창동 감독에게도 말해줄 수는 없는 처지였다. 칸 영화제에서 임권택 감독이 감 독상을 수상할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김 위원장은 해외영화제에서 우리나라의 수상 여부를 가장 먼저 아는 사람. 영화제 집행위원장쯤 되면 당연한 것 같지만 그건 결코 아니다. "칸과 마찬가지로 베니스에서도 시사회 직후 평론가, 현지 기자들 사이의 반응이 뜨거워 어느 정도 수상을 예견했다"는 그는 '고급 정보'를 어떻게 그렇게 빨리 얻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남들보다 조금 일찍 아는 것일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부산국제영화제가 7년 만에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자리를 잡은 것이나, 해외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가 잇달아 수상하는 데는 그의 특별한 노하우도 한몫 했다. 바로 '네트워크'의 힘이다. 그는 베니스의 하델른, 베를린의 디터 코슬릭, 칸의 질 자콥 등 세계 3대 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은 물론 카를로비 바리, 로테르담 등 세계 영화제를 움직이는 '큰 손'들과는 각별한 유대를 맺고 있다.

이들은 한국영화를 자신들의 영화제에 초청할 뿐 아니라, 부산영화제에 좋은 영화와 게스트가 오는 데도 도움을 준다. "그냥 우리식으로 서민적으로 대하는 친하게 지내는 것 외에 특별한 비법은 없다"는 게 그의 겸양어린 답이지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힘은 술과 특별한 친화력, 그리고 집요함이다. 부산영화제에 온 외국 게스트들은 해운대 포장마차에서 밤이 새도록 그와 술잔을 기울이고, 이렇게 영화와 술에 취해 부산국제영화제, 그리고 한국 영화의 열렬한 팬이 된다.

김동호 위원장은 친해지려면 자주 봐야 한다. 고 생각한다. 그는 한해 절반을 외국영화제에서 지낸다. 올해도 로테르담을 시작으로 베를린, 도빌, 칸, 요코하마, 베니스영화제에 참가했고 싱가포르와 로카프노, 시애틀영화제에는 심사위원 자격으로 방문했다. 여러 항공사에 흩어진 그의 비행 마일리지는 100만 마일이 넘는다. 2월에는 칸영화제의 파리 사무실에 들러 집행위원장과 프로그래머들을 만나 '취화선' 등 한국영화 정보를 전달했다. 콧대 높은 영화제끼리도 완성도 높은 영화를 초청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김 위원장은 이들 영화제의 취향과 어울리는 감독과 영화를 추천하는 중요한 인물. 해외영화제의 '비공식' 예선은 김 위원장과 각 영화제 집행위원장들 사이에서 치러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해외영화제에서의 수상이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이미 해외영화 관계자들이 '한국'을 의식하기 시작한 것은 97, 98년 허진호 홍상수 이광모 감독 등 작가주의 영화의 출현, 그리고 99년 '쉬리'가 상업적으로 성공하면서부터라는 게 그의 설명. 그는 "51년 구로자와 아키라의 베니스영화제 대상이후 일본감독들이 잇달아 수상하면서 한 시대를 풍미했듯, 이제 한국영화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고 말한다. 해외 영화제에 더 자주 진출하기 위해서는 감독의 뚜렷한 영화 성격에 이를 제대로 '마케팅' 할만한 평론가, 프로그래머 등 이론가가 필수라고 했다.

서울법대를 졸업한 후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61년 공보부 7급 주사보로 출발한 그는 35세에 부이사관 등으로 고속승진을 거듭하다, 88년 영화진흥공사 사장을 거쳐 93년 10월 문화부 차관으로 공직을 마감했다. 96년 "공연히 영화판에 들어갔다 패가망신한다"는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취임한 그는 요즘 불어 공부에 도전하고 있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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