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반세기 만에 만난 남북의 부부, 부자, 모녀, 모자, 형제 자매는 금강산 온정각 상봉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그러나 전체적 분위기는 그동안의 상봉 때보다 차분해진 모습이었다.
"우리 오빠 목소리 맞아". 남측의 선천성 시각장애인 김근래(68)씨는 음성만으로 북측 오빠 학래(74)씨를 알아보고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고 오빠는 여동생을 부둥켜 안았다.
동생은 오빠의 얼굴을 더듬어 이마에 난 상처를 확인하고는 다시 "오빠 맞아"라며 오열했다. 오빠는 "내 등에 업혀 피란에 나섰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이렇게 늙어 버렸다"며 눈물을 훔쳤다.
50여년간 수절한 남쪽 아내 박중하(80)씨를 만난 권오설(81)씨는 "젊을 때는 예쁘고 바느질 잘하기로 소문이 났었지"라며 4남매를 잘 키운 아내를 위로했고, 북측의 리기탁(74)씨는 다리가 불편한 남의 아내 조금래(73)를 보고는 안쓰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남측 최고령 김유중(93) 할머니는 북측 사위 리우문(70)씨가 가져온 딸 이경란씨의 사진을 어루만지며 "언제 찍은 것이냐"며 애틋함을 감추지 못했다. 아내를 집에 두고 와 미안한 리씨는 "귀가 잘 들리느냐"며 처음 본 장모의 건강에 신경을 썼다.
전사자로 처리돼 국립묘지에 위패가 봉안된 북측 동생 손윤모(68)씨를 만난 누나 갑순(78)씨는 "선산에 꽃이 피었다"고 말했다.
맏형 성모(사망)씨 대신 군에 자원 입대해 가족들과 생이별을 해야 했던 윤모씨이기에 남측의 갑순씨, 동생 상모(66)씨 부부, 재모(59)씨 부부의 마음은 더욱 아팠다. 윤모씨는 맏형 성모씨가 동생에 대한 미안함을 간직한 채 20년 전에 세상을 떴다는 소식에 연신 눈물을 훔쳤다.
서울심포니 서양악단 멤버로 활동하다 납북돼 피바다가극단 악장을 지낸 신명균(71)씨는 동생들을 만나 북에서 음악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자녀들의 근황을 소개했고, 동생 성균(66)씨는 "형이 서울대 음대 다닐 때 플루트를 잘 불어 가져왔다"며 고향의 봄, 도라지 등을 연주했다.
/금강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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