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억 아시아인의 축제인 제14회 부산아시안게임(9.29∼10.14일)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역대 최대규모의 선수단을 파견하는 한국은 이번 대회서 금메달 83개를 획득, 중국에 이어 종합 2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을 빛낼 태극전사들을 만나 본다.
"지금 이 맘 때쯤이면 태릉선수촌 선수들의 표정, 눈빛 하나에 긴장감이 가득하겠군요. 태림 아빠. 많이 부담 되죠. 4년 전 제게 그랬죠. 결과보다는 아쉬움이 남지 않는 대회가 되게 하라고. 그 때 그 말이 큰 힘이 됐는데. 지금 내게 해준 그 말을 해주고 싶어요. 선수생활을 했던 내가 선수의 아내로 남편을 바라보는 일이 쉽지 만은 않아요. 마음이 더 초조하니까요. 하지만 당신의 영원한 팬인 우리 가족은 당신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만 봐도 든든합니다."
김택수(32·담배인삼공사·세계랭킹 10위). 1996애틀랜타올림픽 여자양궁 단체전, 98방콕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김조순(27)의 남편이자 돌을 앞두고 있는 딸 태림이의 아빠인 그에게는 10년 넘도록 한국탁구의 에이스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폭발적인 드라이브, 상대를 향해 발산하는 강렬한 눈빛. 87년 광주 숭일고 3학년 때부터 태극마크를 단 베테랑 김택수의 승부욕은 한 점 변함이 없다.
부산아시안게임은 김택수에게 의미가 남다르다. 남자단식 2연패에 도전하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도 방콕아시안게임 전까지만 해도 국제대회 무관의 제왕이라는 오명을 씻지 못했다. 늘 중국의 높은 벽이 버거웠던 탓이었다.
98년 12월16일 밤. 김택수의 역사는 새로 시작됐다. 그는 당시 세계 최강인 중국의 류궈량을 3―0으로 꺾고 마침내 정상에 섰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쾌거는 66년 김충용(삼성카드 총감독)과 86년 유남규(대표팀 코치)에 이어 세 번째. 김택수가 "선수생활 중 가장 기쁜 날이었다"고 기억하는 그 날 낮에는 훗날 아내가 된 김조순도 양궁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택수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개인단식과 함께 단체전, 개인복식에도 도전한다. 8일 끝난 코리아오픈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한 김택수―오상은(상무) 복식조는 유력한 금메달 후보다. 남자대표팀 강문수 감독은 "기술적인 부분은 손색이 없고 체력과 집중력이 관건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창 젊었을 때만큼 훈련량이 많아 체력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는 김택수는 "확실하게 금메달 하나는 따겠다는 각오로 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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