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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월권발언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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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월권발언 경쟁?

입력
2002.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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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윤철(田允喆) 경제부총리와 박승(朴昇) 한국은행 총재가 콜금리 결정 시점을 전후해 상대방의 업무영역을 넘나드는 '월권적 발언'을 주고 받아 주변의 눈총을 샀다. 형식에 구애 받지 않는 두 사람의 직선적인 성격 탓으로 이해하기에는 발언의 강도나 내용이 '감정싸움'이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발단은 전 부총리에서 비롯됐다. 콜금리 결정 문제는 전적으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독자적 권한이다. 따라서 금통위 회의 직전에는 아무리 경제관료라도 금리문제를 따로 언급하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전 부총리는 12일 금통위 회의가 열리기 직전인 오전 9시 무렵 한 정당 주최 월례포럼에 참석해 "현 시점에서 금리인상은 부적절하다"고 분명히 못을 박았다. 가뜩이나 금리인상 여부를 두고 신경을 곤두세웠던 박 총재 이하 7명의 금통위원들이 이 월권적 발언에 어떤 기분이 들었을지는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이번에는 박 총재가 나섰다. 박 총재는 13일 오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강북지역을 민관합동 방식으로 재개발해 고밀도 고급아파트를 짓도록 특별법을 만들어 추진하면 부동산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이른바 '강북개발특별법' 주장을 내놨다.

정부가 불과 며칠 전 발표한 주택안정대책에서 "서울 외곽에 강남 대체 신도시 2∼3곳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계획과는 분명히 어긋나는 방안이었다. 박 총재가 건교부장관 출신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한은 총재로서 결코 할만한 발언이 아니었고 재경부에서는 금세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1995년초 멕시코 금융위기 당시 로버트 루빈 미 재무장관과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소속 정당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마라톤 회의를 함께하며 결국 '인플레이션 없는 고도성장'의 기초를 다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만만치 않은 시점이기 때문에 국민은 더욱 경제팀의 신뢰할 만한 조화를 기대하는 지 모른다.

장인철 경제부 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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