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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강좌 수료후 글쓰기 나선 여성들/"일하는 주부…난 당당한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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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강좌 수료후 글쓰기 나선 여성들/"일하는 주부…난 당당한 자유기고가"

입력
2002.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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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가로 처음 쓴 글이 신문에 실리는 날, 남편 몰래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신문 올 때만 기다렸어요. 원고지 10매 쓰고 5만원 받았는데 돈 보다도 활자화된 내 이름 석자를 보는 순간 어쩌면 그렇게 가슴이 벅찬지… 정말 너무 기쁘더라구요." -박진숙씨(33·서울 노원구 공릉동).전업주부가 나이 서른을 훌쩍 넘겨 직업을 갖기란 참 쉽지않다. 이제 막 대학문을 나선 졸업생들도 일자리가 없어 평균 9개월을 실업자로 보내는 시대라 특수한 자격증이나 어학능력을 갖추지 않은 이상 주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동네 할인점 판매원이 고작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아래 뫼' 라고 했던가. 아줌마 특유의 생활감성을 무기 삼아 착실히 내공을 쌓은 뒤 자유기고가로 사회진입에 성공한 여성들이 있다. 아줌마들의 해방구를 자처하는 인터넷사이트 줌마넷(www.zoomanet.co.kr)의 아줌마 내공쌓기 프로그램 '글쓰기로 돈버는 힘 기르기(자유기고가 과정)' 출신들이 그 주인공이다.

▲내 이름으로 살고싶다

자유기고가 과정 2기를 지난 7월 수료한 이연희씨(33· 서울 마포구 신공덕동)는 수료식때 수료증 대신 '자유기고가 이연희'라고 찍힌 명함을 받고 "비로소 나 자신을 되찾은 기분이었다"고 말한다.

"결혼 2년차, 애도 없는데 직장도 다니지 않는다고 하면 친지들 조차도 한심하게 봐요. 요즘 사람 맞느냐고… 그런 말을 자꾸 들으니까 어느 순간부터 사람 만나는 게 두렵고 자신감도 없어지고 내 스스로도 목소리가 자꾸 작아지는 것을 느끼겠더라구요. 시댁 식구에게도 인간 이연희는 없고 누구의 아내, 누구의 며느리만 존재하고… 나는 뭔가라는 자괴감에 시달리면서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됐지요."

같은 2기인 이영란씨(39, 서울 노원구 상계5동)도 비슷한 이유에서 자유기고가가 됐다. 대학졸업과 동시에 결혼, 중학생 딸 하나를 두고 전업주부로 살아온 이씨는 "한번도 해보지 못한 직장생활에 대한 미련과 내 자신을 정리해보는 일종의 자아찾기 기회를 갖고 싶다는 욕망 등이 맞물려 내공프로그램을 노크했다"고 말한다.

두 사람의 사회적 자아찾기 열망은 내공프로그램을 통해 비슷한 고민을 하는 여성들과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분출구를 찾았다. 아줌마의 감성과 경험을 토대로 한 글쓰기로 사회진출의 길을 연 것이다. 두 사람은 현재 줌마넷의 웹진 '에로티카'와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로 활동 중이다.

▲당당하게 돈 벌고 평등하게 대우받는다

지난해 11월 자유기고가 과정 1기를 수료한 박진숙씨는 요즘 월수입 60만∼80만원을 올릴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주로 육아잡지와 여성지를 통해 아동교육에 관한 글을 쓴다. 한때 장애아단체의 교사로 활동했으나 허리를 다쳐 더 이상 교사 일을 할 수 없게되자 1년간 쉬면서 전업을 모색했다. 엄청난 저임금에 시달려야 했던 장애단체 활동시절이나 전업주부시절 "돈 못버는 게 넌더리가 났었다"는 그는 자유기고가가 된 이후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당당하게 돈 벌 수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하다"고 말한다.

역시 1기 출신으로 박씨와 비슷한 수입을 올리는 연예인 인터뷰전문 김선희씨(31,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는 "스스로 돈을 벌게 된 이후 남편은 물론 시댁 식구들과의 관계도 좀 더 평등해졌다"고 말한다.

"처음엔 무슨 취미생활 쯤으로 생각하더니 일정한 수입이 들어오기 시작하고 며칠밤을 새워가며 일하는 모습을 보이니까 지금은 아 저 여자가 뭔가 자신의 능력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구나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번 추석만해도 옛날 같으면 며칠 전부터 지방 시댁에 내려가 차례 준비하는 것을 당연시 했을 텐데 올해는 원고마감 때문에 못간다고 하니까 수긍하데요."

▲여름 땡볕이 길수록 열매는 달다

자유기고가는 출퇴근 시간에 얽매이지않고 재택근무가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반면 직장이라는 울타리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단점도 있다. 김선희씨는 "잡지사에서 자유기고가에게 맡기는 일은 주로 인터뷰 섭외가 잘 안되거나 멀리 지방까지 출장을 가야한다거나 해서 자사 기자들은 하기 싫어하는 일들이 많다. 당연히 어렵지만 이런 궂은 일을 마다하면 다음부터는 일거리가 끊기니까 더 긴장하고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한다.

직장과 달리 기사 건당 움직이다보니 휴일 보장이 안된다는 것도 문제다. 이럴 때 가장 갈등을 일으키는 것이 가족관계. 박진숙씨는 얼마 전 일요일 원고마감 때문에 시댁 행사에 가는 것을 거절했다가 남편으로부터 '그 일을 꼭 해야하는 거냐, 차라리 직장을 다니는 게 낳지않느냐'는 핀잔을 들었다. 박씨와 같이 1기 수료를 한 주부 중에는 남편의 끈질긴 반대로 자유기고가 활동을 중간에 접은 사람도 있다.

여러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줌마넷 출신 자유기고가들은 더 많은 여성이 사회와 소통하는 통로를 찾을 수 있도록 아줌마들의 연대력을 기르는데도 힘을 보태고싶다고 말한다. 원고료의 일부를 내공프로그램 후원비로 적립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처음 내공프로그램에 등록하고도 이게 정말 직업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다"는 이연희씨는 정작 지금은 "큰 돈 벌지않더라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나도 뭔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신감과 정체성을 되찾았다는 점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줌마넷" 로리주희 부대표/"자유기고는 여성 사회진출에 가장 쉬운 통로"

"아줌마의 경험과 생활감각을 필요로하는 잡지나 단행본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만큼 자유기고가는 주부들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사회진출 통로가 될 것입니다."

줌마넷의 내공쌓기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로리주희 부대표는 아줌마가 출판업계의 새로운 파워군단을 형성할 날이 멀지않았다고 말한다. 줌마넷 활동을 통해 사회진출을 원하는 아줌마들을 위한 직업교육 필요성을 절감, 처음 자유기고가 과정을 만든 것이 지난해 9월. 3개월 코스 과정이 벌써 2기를 배출하면서 수료생 상당수가 인터넷 웹진과 오프라인의 육아잡지 여성지 등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자유기고가 과정은 소위 경품족 아줌마들에서 착안했어요. 라디오 방송 등에 사연을 적어보내 경품을 타내는 아줌마들이 있잖아요. 그 중에는 정말 뛰어난 소질 보이는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생활 속에 직접 경험한 사연들이니까 이야기가 생동감이 넘치고 사실적이에요. 아줌마들만이 할 수 있는 이런 생활 글쓰기를 직업으로 연결시켜 보자고 시작한 것이 히트를 친 셈입니다."

줌마넷 자유기고가 과정의 장점은 '애프터서비스'가 확실하다는 점이다. 여타 문화센터의 비슷한 과정들이 글쓰기에 대한 개요와 실습에서 그치는 반면 줌마넷은 자체 웹진 에로티카에서 기자로 활동할 기회를 주고 줌마넷으로 들어오는 원고청탁을 수료생들에게 배분, 아직 지명도를 쌓지 못한 초보 자유기고가에게 실제로 일감을 주선하는 역할도 한다. 앞으로는 수료생을 중심으로 자유기고가 풀을 운영하면서 '아줌마가 행복한 세상'을 추구하는 오프라인 아줌마 매체를 창간할 계획도 있다.

로리주희씨는 "글쓰기는 자기 이름을 걸고 일하면서 돈과 명예를 동시에 얻게 해준다는 점에서 정체성의 혼동을 겪는 아줌마들에게 더 추천할만한 일"이라고 밝혔다. 줌마넷은 26일부터 제3기 자유기고가 과정을 실시한다. (02)335―1534 /이성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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