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계를 내서라도 정 의원의 대선운동을 돕고 싶다." " 정주영(鄭周永) 전 회장 출마 때처럼 또 회사가 어려워질까 걱정된다."11일 울산의 현대중공업에서 만난 근로자들은 회사의 고문인 정몽준(鄭夢準) 의원의 대선 출마에 대해 엇갈린 의견들을 내놓았다. 울산 곳곳에서 17일 예정된 정 의원의 대선출마 선언을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 운영위원인 장태봉(張泰鳳·38)씨는 "얼마 전 노조 집행부에서 정 의원 출마 반대 성명을 낸 것은 노조원 전체 입장이 아니다"면서 "내 아내는 정 의원이 안 나오면 찍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회사에서 26년 간 근무한 김 모(52)씨는 "현장 근로자 사이에서는 회사 고문의 출마를 부정적으로 보는 의견이 많은 것 같다"면서 "상당수 근로자들이 3∼4년 전 회사측의 권유로 회사 주식을 주당 5만원 넘게 매입했는데 요즘에 절반 가격으로 떨어져 불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안동석(安東釋) 이사는 "주가 하락은 우리 회사의 일만도 아니고 정 의원 출마와 무관하다"며 "회사가 중립적 위치에 설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것이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기계 가공부의 손병주(孫炳柱·45)씨는 "부를 가진 사람도 뇌물을 안 받는 등 도덕성만 갖춘다면 대선에 나서는 게 문제가 없다"며 "정 의원은 동구에 예술관, 체육시설을 짓는 등 후생·복지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비사업부의 이모(55)씨는 "회사의 복지시설이 충분치 않아 불만이 있다"며 "동구의 복지시설은 정치적 목적 때문에 건설된 것 아니냐"고 부정적으로 말했다. 이날 열린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보궐선거에서는 세 명의 후보 중 한 후보가 정 의원 출마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
회사 내부의 반응은 이처럼 지지와 기대, 우려와 반대가 뒤섞여 있다. 현대 직원 가족들이 유권자의 절반에 육박하는 울산 동구에서는 정 의원 출마를 지지하는 의견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동구 현대백화점에서 만난 이모(41·여)씨는 "정 의원이 동구를 잘 살게 만든 것을 보니 대통령이 돼도 잘 할 것 같다"며 정 의원 출마를 지지했다. 그러나 백화점에서 만난 다른 이모(45·여)씨는 "정 의원 출마에 대해 관심이 없다, 결국 울산의 많은 사람들이 찍겠지만 걱정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택시 운전사 김길수(金吉洙·55)씨는 "반대하는 사람도 있지만 정 의원이 출마하면 부패가 없을 것이라면서 지지 의사를 밝히는 손님이 훨씬 많다. 한 아주머니는 '현대 없으면 울산은 먹고 살지 못한다'면서 정 의원을 지지하더라"고 전했다.
/울산=김광덕기자 kd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