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지하철을 타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30∼40대쯤 된 남성들이 커다란 만화책을 읽고 있는 모습은 생경하면서도 부럽기조차 하다.한 나라의 책을 읽는 인구를 뜻하는 독서율은 일본의 경우 2001년 87%에 달했다. 우리나라는 1989년 32%, 91년 39%, 96년 43.8%, 2000년 44.6%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일본에 비하면 아직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말 조사에 따르면 우리 나라 성인의 한달 평균 독서량은 1.66권, 한달 동안 책을 전혀 읽지 않는 사람도 전체 응답자의 53.2%나 되었다.
최근 우리 나라에도 책 읽기 붐이 일고 있다. 인터넷이나 영상 문화의 발달로 한동안 멀티미디어의 가치만을 높이 평가하는 것이 걱정스러웠는데 책의 가치를 다시 인식하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범 국민적인 독서 열풍이 부는 것에는 신문과 방송의 역할이 지대하다. 각 신문에서 북 섹션 지면을 늘려 독자에게 좋은 책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TV에서 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은 책에 대한 깊이 있는 정보를 주고 있다. 이는 좋은 책에 대한 정보에 목말라 있던 독자에게는 너무나 고마운 일이다. 나 자신도 한 달에 7∼8권 정도의 책을 구입하는데 대부분의 정보를 신문의 책 소개를 통해 얻고 있다.
책을 다루는 방송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비판의 소리도 있다. 베스트 셀러를 조장해 나머지 책들을 무력하게 만들고 있다거나 편향된 독서 습관을 키운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프로그램들이 사회적으로 독서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고 국민을 서점으로 달려가게 만들었다는 것에는 어느 누구도 이의를 달지 못할 것이다.
문제는 언론의 독서운동 캠페인이나 국민들의 반응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얼마 전 출판사와 인터넷 서점 사이에 첨예하게 갈등을 빚었던 '도서 정가제' 문제가 '출판 및 인쇄 진흥법' 제정으로 일단락 되었다.
이 법을 통해 그 동안 출혈 경쟁을 해왔던 모습이 지양될 수 있다는 것과, 이 법이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는 것을 고려하여 모든 당사자들은 다소 미흡하더라도 이 법을 공정한 규칙으로 일단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좋은 책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도서 시장을 확대하여 국가적 지식 수준을 키우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독서는 유행이 아니라 습관이다. 현재의 관심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공공도서관을 늘리고, 체계적인 독서 교육을 어릴 때부터 실시하고, 출판 사업을 진흥하는 등 전 사회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독서율은 국민의 지적 수준을 측정하는 잣대가 되는 중요한 수치라는 것을 인식하고 온 국민이 생활 속에서 지속적으로 책을 읽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김준희 웅진닷컴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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