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는 스타라고 봐주지 않는다. 다소 기세가 꺾이기는 했지만 10일에도 6만9,000명의 환자가 병원을 찾는 등 전국을 휩쓸고 있는 아폴로 눈병(급성출혈성결막염)에 충무로도 비상이다. 눈병에 걸린 배우들이 나오면서 촬영과 홍보에 애를 먹고 있다. 주연 배우가 눈병에 걸리면 당장 촬영을 못하기 때문. 더구나 이번 눈병이 워낙 전염성이 높은 데다 집단작업을 하는 영화의 특성상 한 명이 걸리면 모든 스태프에게 옮길 가능성이 높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이미 눈병에 걸려 치료를 받았거나, 지금 걸려 고생하고 있는 배우는 전광렬 송강호 박상면 등. 10월에 개봉하는 '2424'에서 주연을 맡은 전광렬은 5일 눈병 때문에 영화 홍보를 위한 화보 촬영을 포기했다. 그 전에 영화촬영을 마친 것이 천만다행.
지난달 27일 촬영에 들어간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에서 화성연쇄살인범을 쫓는 형사가 된 송강호도 9일 눈병이 걸려 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그날은 제작발표회만 가져 촬영일정에는 큰 차질을 빚지 않았지만,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인터뷰를 해야 했다. '도둑맞곤 못살아'(27일 개봉)의 박상면도 10일 시사회장에 선글라스를 쓰고 나타나 인터뷰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아폴로 눈병으로 촬영에 곤욕을 치른 영화도 있다. 청소년의 성에 대한 호기심을 다루는 '몽정기'(제작 강제규필름)는 8일 엑스트라로 나오는 여학생 40명 중 6명이나 눈병에 걸려 마지막 장면에 스태프와 영화사 직원을 대타로 출연시켰다. 그들을 빼고 찍을 경우 교실이 너무 썰렁해 보여 제작진은 현장에 있던 20대 여자 스태프와 직원들을 빈 자리에 앉게 하는 고육지책을 써서 촬영을 마쳤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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