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일본 순시선과 총격을 주고받은 뒤 동중국해에서 침몰했던 괴선박이 8개월 반 만인 11일 오후 수면위로 모습을 드러냈다.일본 해상보안청은 중국측 배타적 경제수역(EEZ)인 침몰해역 90 m 아래 가라앉았던 선박을 크레인으로 인양해 대형 작업 선박의 수조에 넣었다. 중국의 순시선과 공군기는 주변 해역에서 일본의 작업을 감시했다.
관심을 끄는 것은 17일 북일정상회담을 엿새 앞두고 인양이 이뤄진 절묘한 시점이다. 일본 당국은 주말인 14일께 괴선박을 큐슈(九州) 가고시마(鹿兒島)항으로 끌고 온 뒤 1주일 간 정밀검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는 괴선박을 북한 공작선으로 단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다.
이같은 자세에는 이 선박을 북한에 대한 '일석이조'의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일본의 정치적 고려가 깔려있다.
공작선 문제를 대북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압박 수단으로 사용하되, 정상회담의 암초로 작용하는 것은 막겠다는 것이다. 일본 당국은 태풍 등 악천후로 작업이 지연됐을 뿐 최대한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그런데 괴선박 문제 처리가 일본 정부의 뜻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일본 언론들은 인양 현장에 취재 항공기를 보내 선미 부분에 '石浦'라는 중국 저장(浙江)성의 지명과 선수에 '長漁3705' 라는 선명이 새겨져 있는 사실을 밝혀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중국 어선으로 위장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이에 앞서 잠수부 조사에선 한글이 새겨져 있는 과자봉지, 휴대식 로켓포와 자동소총 및 2연장 중기관총 등이 회수됐다. 중국 어선으로 위장한 북한 공작선임을 부인하기 어려운 상태에 이른 것이다.
일본 보수 여론과 야당은 앞서서도 연일 괴선박 문제에 대한 정부의 저자세를 추궁해 왔다. 이에 따라 괴선박 문제가 본격적인 현안으로 부각될 경우 북일 정상회담에 영향을 미칠 돌출변수로 떠오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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