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鄭夢準) 의원의 재계 수뇌부 접촉이 계속되고 있다. 명목은 월드컵 성공 개최에 대한 감사 인사.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현대 이외 다른 재벌들의 견제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대권 행보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정 의원은 11일 오전 구평회(具平會) 전 월드컵유치 추진위원장, 오후에는 이동찬(李東燦) 전 월드컵조직위 공동위원장을 각각 만났다.
정 의원측은 "월드컵조직위원장으로서의 의례적인 인사"라며 정치적 시선을 꺼렸다.
그러나 정치권은 이 전 위원장이 코오롱그룹 창업자로 경총 회장을 지낸 재계의 원로이고, 구 전 위원장도 현재 LG그룹 창업고문직을 갖고 있는 LG 오너 가문 출신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정 의원은 9일에는 구본무(具本茂) LG회장, 지난 달 28일에는 손길승(孫吉丞) SK회장을 각각 만났었다.
정 의원은 이날 한 인터뷰에서 "내가 대선에 출마하고 대통령에 당선되는데 재계가 부담을 느낀다면 모두 내 책임"이라며 "앞으로 재계 인사들을 개별적으로 많이 만나겠다"고 밝혔다.
한 측근은 "삼성그룹 이건희(李健熙) 회장 등 다른 그룹 총수들도 만날 계획이지만 이들이 워낙 바빠서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이 대권으로 가는 데 현대 외 다른 재벌들이 묵인 또는 협조하느냐, 아니면 견제하느냐는 중요한 변수라는 데 이론이 없다.
정가에서는 "정 의원이 정치인 접촉은 가급적 감추면서 재계 핵심 인사 면담은 모두 공개하는 것 자체가 재벌들의 거부감 완화를 간접 홍보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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