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사상 최초로 4년제 대학과 전문대를 합친 신입생 모집정원이 수능 응시자를 초과하는 역전현상이 예상되면서 대학간 치열한 생존경쟁이 현실로 다가왔다. 명문대와 비명문대, 인기학과와 비인기학과의 '빈익빈 부익부'현상도 극심해질 전망이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향후 5∼10년간 대학들의 입학정원을 강력히 규제하고 대학설립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등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역전현상 왜 생기나
통상적으로 수능 응시생의 3∼4%가 결시한 점을 감안할 때 올 수능 실제응시자는 65만4,810명으로 예상된다. 반면 194개 4년제 대학과 158개 전문대의 총 모집정원은 지난해와 비슷한 67만1,000여명으로 전망된다.
단순 수치상으로만 볼 때 수능 응시자는 모두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경찰대학과 사관학교 등 특수목적대의 신입생 모집정원(2,000여명)과 일부 4년제대가 입학정원 증원을 신청한 점을 고려하면 역전현상은 더욱 심화하게 된다.
이 같은 현상은 기본적으로 출산율 하락에 따른 고3 재학생수의 가파른 감소 때문이기도 하지만, 1996년 대학설립 준칙주의 도입에 따른 대학수의 급격한 팽창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990년 124개이던 4년제대는 194개대로 늘었고, 같은 기간 전문대는 117개에서 158개로 증가했다.
▶지방대 학생유치 비상
대학 모집정원과 수험생수 역전현상은 2007학년도까지 이어질 전망이어서, 이미 극심한 신입생 모집난을 겪고 있는 지방대를 중심으로 비상이 걸렸다.
지방대의 한 총장은 "상당수 대학이 생존의 문제를 심각히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신입생 충원율이 저조한 일부 대학의 경우 엄청난 재정압박으로 문을 닫는 상황이 잇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2002학년도 입시에서도 사상 최초로 미충원(167명) 사태가 발생한 서울대를 비롯, 신입생 미충원율 70%이하의 대학이 30∼40곳에 달했다.
대입판도 어떻게 되나 대학들의 교차지원 억제방침에 따라 수능 자연계 응시생수가 부쩍 늘어나, 자연계 인기학과인 의약계열과 IT관련 학과에서 상위권 수험생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당초 예상과 달리 재수생 비율이 늘어난 점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입시 전문가들은 "올 수능시험이 지난해 보다 다소 쉬워질 가능성이 많아 재수생 응시자의 실질적 증가를 낳았고, 예년과 마찬가지로 재수생의 성적이 재학생에 비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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