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로 베니스 영화제를 석권한 이창동(46·왼쪽) 감독과 배우 문소리(28·오른쪽)씨가 10일 낮 12시50분 인천공항으로 귀국했다."고맙습니다"라는 인사로 말 문을 연 이 감독은 "내용도 불편하고, 불편한 방식으로 전달되는 영화인데 외국 영화 관계자들과 관객들이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잘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모두 내가 장애인인 줄 알더라"며 웃음을 지은 문씨는 "수상 소식을 잊었으면 한다. 더 겸손하게 다음 작품을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 감독과 일문일답.
―현지 분위기는 어떠했나.
"배우들에 대한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설경구 연기는 젊은 시절의 알 파치노보다 낫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문소리씨는 가장 화제의 인물이었다."
―영화제를 위한 영화를 찍지 않는다고 했는데, 세계 관객도 통할 것이라고 믿었나.
"이런 방식으로 영화를 찍어도 과연 관객들이 공감할까 하는 점에서 고민도 하고 불안해 하기도 했다. 겉모습이 아름답지 않은 사람들을 아름답지 않게 보여주는 영화적 방식이 통할 것인가 하는 회의가 끝까지 따랐다. 한국 관객도, 외국 관객도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강하게 받아들인 것 같다. 그래서 굉장히 기쁘다. 이 기쁨을 같이 일한 분들께 돌리고 싶다. 이 상이 또 다른 의미에서 구속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상을 주고 남들이 인정한다고 해서 내 자신이 달라지는 건 아니니까."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감회는.
"여러 사람들이 기대를 했고, 함께 고생했는데 성과가 없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다. 본상 발표 이전에 평론가들이 주는 상을 3개나 받고 정작 본상을 받지 못하면 난감할 것 같았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소설가에서 영화 감독이 되었는데, 이제 '영화가 내 길'이라는 확신에 더 가까워졌나.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여기까지 왔다. 어쨌든 내가 한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아직도 내가 영화를 할 만한 사람인지 잘 모른다. 솔직히 영화 찍을 때마다 회의가 든다."
―다음 작품은.
"머리 속에서 자라게 둘 것이다. 다 자라면 나가겠다고 노크할 것이다. 게으른 마음으로 사막에서 기다릴 생각이다."
/글 이종도기자 ecri@hk.co.kr
사진 최흥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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