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중구 장충동 리틀야구장에서 열린 제32회 전국 초등학교 야구대회 16강전. 5회까지 3대 5로 뒤져 패색이 짙었던 강릉 노암초등학교 야구팀이 마지막 회인 6회에서 무더기 4득점, 극적인 역전승을 따냈다. "꼭 우승해서 수해로 고생하시는 엄마, 아빠께 웃음을 찾아드릴 거예요."학교가 있는 노암동 일대 저지대는 강릉시내에서도 가장 수해피해가 심한 곳 중의 하나. 22명 야구부원의 절반이 완전침수 피해를 입었다. 이날 연타석 홈런으로 승리의 일등공신이 된 김지명(金知明·11·6학년)군 역시 부모님이 운영하는 중국음식점과 집이 모두 물에 잠겨 교과서 한권 건지지 못했다.
컵라면으로 허기를 채우며 운동장 물이 빠지기만을 기다리던 야구부원들은 일주일전 아예 운동기구를 챙겨 상경, 서울의 낯선 학교를 전전하며 연습해왔다. 다행히 전지훈련 때 만난 인연이 있는 서울 장안, 수유, 길동초교는 이들에게 선뜻 잠자리를 마련해 주었고 성동초교 어린이들은 수재의연금 300만원도 전달했다.
야구부를 이끄는 최승순(崔承淳·38) 교사는 "다들 수해로 집안사정이 어수선하지만 '꼭 이겨야 한다'는 아이들의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한 것 같다"며 대견해 했다. 노암초교 야구부는 12일에 8강전 경기를 갖는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