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정운찬(鄭雲燦) 총장이 최근 딜레마에 빠졌다. 개혁을 위해 선창을 하며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는데 뜻밖에 내부 일부에서 "총장 혼자 너무 나간다"는 역풍을 맞고있기 때문. 이로 인해 정 총장의 개혁의지가 자칫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정 총장이 취임 직후 밝힌 총장 공관 처리 문제가 대표적인 사례. 총장 선출 당시 공약대로 공관을 허물고 교수 아파트 단지 부지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여론의 공감을 얻었지만 정작 내부에서는 시큰둥한 반응이 없지 않았다. 교수 사회의 의견을 거치지도 않은 채 총장 마음대로 공관을 없앨 수 있느냐는 것 이었다. 한 교수는 "총장 공관이 정 총장 개인 집이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서울대 본부 관계자는 "총장 공관을 없애는데 반대하는 교수들이 많아 아예 없앨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안타까워 하면서 "공관을 축소할지 혹은 이전할지, 재개발되는 교수아파트 위에 펜트하우스 형태로 지을지 등 여러 방안을 연구 검토할 예정"이라고말했다.
정 총장이 제안한 지역할당제 도입도 외부보다 오히려 학교 안의 의견 수렴에 더 신경써야 할 판이다. 이상주(李相周) 교육부총리나 교육 단체들로부터는 "서울대가 소외된 지역 배려에 나서는 것을 지지한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지만 일부 서울대 교수들 사이에선 "소외지역 배려는 정부가 해야 할 사항"이라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대 관계자는 "일부 교수들의 문제제기는 정 총장의 개혁 내용에 대한 반대라기보다는 의견수렴 과정에서 배제되는 데 대한 소외감과 서운함 때문인 것 같다"며 "정 총장이 늘 강조했던 대로 학교 구성원들의 얘기를 폭넓게 듣는 데 좀 더 신경을 쓸 필요는 있다"고 조언했다.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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