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연습장에 새로 골프를 시작하는 사람이 세 명 눈에 띄였다.한 사람은 30대 초반, 두 사람은 40대 초반 정도 됨직했다. 안경을 쓴 30대 초반 분은 나처럼 마른 체형이다. 40대 초반의 머리가 벗겨진 한 분은 약간 통통한 체형이고, 다른 한 분은 키가 167㎝정도에 보통 체격으로 헤어 스타일이 스포츠형이다. 40대 초반 두 사람은 친구지간인 듯 했다.
이들의 골프실력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갈까. 나는 요즘 매일 아침 몹시 궁금해 하며 이들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때로는 너무 몰두해 내가 볼을 치는 것을 잊어버리기도 한다.
정말로 그들을 보고 있으면 얼마나 가슴 조이는지 모른다. 며칠을 지켜보니 아무래도 30대 초반 초보자의 실력이 제일 더디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골프의 스윙은 왼쪽이 주도해야 한다. 테이크 백도 왼손이, 백 스윙도 오른팔보다는 왼팔이, 다운 스윙의 리드도 왼팔이, 그리고 임팩트도 왼팔이 이끌어야 한다. 몸의 턴도 왼쪽어깨부터 돌아가야 함은 두말 할 여지가 없다. 이에 반해 그의 스윙은 도무지 왼쪽을 사용하려는 의식이 없어 보인다.
골프스윙은 부드러워야 한다. 부드러운 가운데 왼팔의 곧음과 리드로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골프스윙에는 리듬이 있어야 한다. 백스윙의 속도가 다운스윙의 속도보다 느린 가운데, 백스윙과 다운스윙이 리드미컬하게 연결돼야 한다.
그런데 그 사람의 몸은 늘 굳어 있고 지나치게 긴장돼 있다. 심지어 어드레스로부터 테이크 백을 하는 순간에는 사뭇 진검승부하려는 검객의 긴장감까지 비친다. 그러다 보니 백스윙은 엄청난 속도를 내게 되고, 다운스윙시 몸의 균형을 잃어버린다. 골프스윙은 힘이 있으되 부드러움을 잃지 않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그 사람이 가장 뒤떨어질 것이라고 단정짓는 이유는 초보자이면서도 스윙을 익히려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벌써부터 거리를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어줍지 않게도, 지난 1년 동안 매일 아침 연습장에 나오는 사람이 친 볼이 날아가는 것을 본 다음 스윙을 한다. 고수의 스윙을 본받기 위해 흉내내려는 것이 아니라 고수의 볼과 자기가 친 볼을 비교하면서 연습한다.
그러다 보니 벌써 풀스윙을 하려고 덤벼든다. 물론 그가 풀스윙하는 모습은 마치 깃털도 나지 않은 새가 하늘로 날아 오르려는 듯이 우스꽝스럽다.
그가 친 볼은 한 번은 왼쪽으로, 또 한번은 오른 쪽으로 가며, 그리고 다시 치면 또르르 굴러간다. 그러면 그는 화가 났다는 듯이 입술을 깨문다. 그를 보면 골프하는 사람들이 귀가 따가울 정도로 "헤드 업 하지 말라"는 소리를 듣고도, 또 헤드 업 하는지를 금방 알 수 있다.
소동기 /변호사 sodongk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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