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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세번째 "국민" 검증 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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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세번째 "국민" 검증 청문회

입력
2002.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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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장상(張裳) 전 총리 서리를 만난 한 언론인은 "총리에서 낙마한 이후 얼굴이 반 쪽이 됐더라"고 전하며 안쓰러운 심경을 토로한 바 있다. 장 서리의 지인들은 "그냥 교육자로 남았으면 명예롭고 존경을 받았을 텐데…"라고 아쉬워했고 그 언론인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장대환(張大煥) 전 서리도 큰 충격을 받았고 침울한 심경이라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원로 교육자와 언론사 사장이 입은 상처를 보면서, 우리는 청문회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 청문회는 우리 사회에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새로운 언어로 다가오고 있다. 공직 사회에는 "꿈이 있다면, 철저하게 주변을 관리하라"는 교훈을 던져주었으며, 보통 사람들에게도 몸가짐을 다잡는 계기가 되고 있다.

그러나 청문회는 어두운 그늘도 드리우고 있다. 무엇보다 도덕적 가치가 상당히 붕괴된 현실에서 완벽한 도덕성을 요구하는 우리 사회의 이중성이 청문회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점이다. 특히 후보자보다 도덕적으로 훨씬 흠이 있을 법한 의원들이 목청을 높일 때면 역설의 극치를 보는 심정도 든다.

이 모순의 현장에서 "누가 이 여인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느냐"는 식의 주장이 나온다. 검증을 하되 과거의 관행은 인정하고, 도덕성만큼이나 총리로서의 경륜이나 정치력도 따져보자는 의견도 적지 않다.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하지만 청문회의 개선 필요성이 있다고 해서, 적당히 청문을 하라고는 할 수 없다. 오히려 현실과 당위 사이의 괴리를 극복하기 위해서 더욱 철저한 청문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세 번씩이나 총리 후보를 지명하는 혼돈 속에서 이 사회를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다만 청문을 하는 의원들이나, 이를 지켜보는 국민 모두가 스스로를 청문의 대상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타인에게만 엄격함을 요구하는 편리한 사고가 존재하는 한, 청문회는 낡은 언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영성 정치부 차장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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