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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 황금들녘의 환한 미소를 보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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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 황금들녘의 환한 미소를 보았습니까?

입력
2002.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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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과 반대되는 단어, 그러나 본 적이 없어 실체는 도무지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는 '지평선'. 김제는 우리나라에서 거의 유일하게 지평선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망망대해처럼 펼쳐진, 노령산맥의 마지막 자락인 모악산의 산기운마저 휘감아 버리는 만경평야의 황금빛 지평선은 이국적인 느낌마저 준다. 만경강과 동진강이 서해로 흘러드는 광활면과 벽골제에서 죽산면에 이르는 지역 이 환상적인 광경을 선사하는 곳이다. 전국을 할퀸 수해도 이 지역에는 일부 낙과(落果) 피해만 입혔을 뿐, 너른 들녘을 건드리지 못했다.진봉반도에서 동남쪽으로 한참 내려오면 김제의 상징이자 풍요로운 황금빛의 근원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벽골제다. 김제(金堤)라는 이름에는 쌀이 금처럼 귀했던 시절 전국 최대 곡창인 이 지역에 대한 부러움이 섞여 있다. 또 이 지역에서 금(金)이 우리나라 전체 채굴량의 3분의 1에 달할 정도로 많이 생산된 데서 비롯되었다는 견해도 있다.

'백제 비류왕(서기 330년)때 건립된 동양최고(最古)의 수리시설.' 교과서에 나오는 설명이다. 당장 보이는 벽골제는 장생거, 장경거라는 두 수문과 3㎞ 남짓한 제방 뿐이라 조금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곳곳에 배어 있는 거대한 농경문화의 흔적을 읽고 나면 생각이 달라진다.

축조 당시에는 둘레가 140㎞였다. "아, 평야 한가운데 바다가 있었지요. 벽골제가 마르면 나라가 흉년이었당께." 김병학 백제문화원장의 말에 농경문화 중심지의 자부심이 묻어난다. 맞은 편에 보이는 야트막한 '신털미산'의 유래도 어마어마하다. 일꾼들의 짚신에 묻은 흙을 털어 산이 되었다는 곳이다. 오죽 사람이 많이 동원되었으면 되질하듯 일꾼을 세기 위한 논도 있었겠는가. 승답(升沓)이 그러한 곳이다. 500여평 남짓한 이곳에 지게를 진 일꾼을 가득 세워 500명 단위로 헤아렸다고 한다. 벽골제 내의 수리민속박물관 등에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김제에는 황금빛 지평선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동진강과 만경강이 서해와 만나는 진봉면은 삼면이 바다이다. 썰물 때 드러나는 갯벌의 넓이는 해안으로부터 무려 10㎞. 황금들녘 못지 않은 망망한 지평선이다. '김제는 몰라도 심포항은 안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이곳 심포항은 싱싱한 해산물과 넓은 갯벌로 이름이 높다.

한 노인이 갯벌에 낚싯대를 꽂아 두고 물웅덩이에서 망둥어를 낚는 데 여념이 없다. 제법 햇살이 따가운 대낮부터 시작한 낚시에 양동이 한 가득 횟감이 풍성하다. 곳곳에 물웅덩이와 수로가 나 있어 주의가 필요하지만, 갯벌 흙이 차지고 단단하다. 게다가 걸어나가기는 너무도 넓어 경운기에 몸을 싣고 조개를 캐러 나가기도 한다. 대개 요즘 같으면 물이 거의 다 빠지는 오전 8시경 이러한 진풍경을 볼 수 있다.

바닷물이 빠지기 시작하는 저녁 무렵, 지는 해가 차진 갯벌에 어른어른 녹기 시작한다. 맑은 날 갯벌 위를 빨갛게 타들어가는 낙조야말로 김제가 숨겨둔 또 다른 비경이다. 멀찌감치 물러서는 바닷물처럼 번잡한 고민도 한풀 물러간다. 이 풍요롭고 아름다운 갯벌이 새만금 방조제가 완공되면 공업단지와 농토로 묻히게 된다.

김제의 서쪽 끝, 만경강이 서해로 흘러 들어가는 아담한 사찰 망해사(望海寺)에서는 지평선과 수평선이 한눈에 보인다. 솔숲 바람을 맞으며 전망대에 올라서면 서쪽과 서남쪽은 고군산군도가 점점이 흩어진 망망대해, 동쪽은 반듯반듯 잘 닦인 평야다. 하늘과 땅, 바다가 맞닿은 김제에서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색적인 광경이다.

/김제=양은경기자 key@hk.co.kr

■작년 30만명찾은 "지평선 축제" 벌판 마라톤·조개 캐기등 풍성/10월 3일부터 4일간

'지평선축제' 하면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이들이 많다. 먹거리나 상징물을 내세운 널리 알려진 축제가 아니기 때문에 낯설게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올해 벌써 4년째를 맞는, 지난해 30여만명의 관광객이 찾은 인기 축제 중 하나다. 벽골제 등 김제 일원에서 10월 3일부터 6일까지 4일간 열린다.

코스모스가 줄지어 핀 황금들녘을 따라 맑은 공기를 마시며 뛰어보자. '전국지평선마라톤대회' 가 축제의 첫머리를 장식한다. 10월 3일 오전 9시부터 열리며 5㎞, 10㎞, 20㎞, 풀코스가 있다. 달구지를 타고 벌판을 가로지르는 '황금벌판 우마차여행', 허수아비만들기, 지평선 연날리기, 대장간시연과 체험행사 등 상설행사를 통해 행사기간 내내 농촌 문화를 풍부하게 체험할 수 있다.

수확의 계절, 가장 풍성한 들녘에서 열리는 10월의 축제이니만큼 관광객을 빈손으로 돌려보내지는 않는다. 가족단위 조개캐기대회(6일 오전 10시), 개울따라 물고기잡기대회(4일 낮 2시), 망둥어낚시대회(5일 낮 2시)로 갯벌의 풍부한 미감을 즐긴다.

관광객도 즉석에서 시연할 수 있는 전국대학생 쌀응용요리경연대회(6일 낮 1시)에서는 축제 이후 브랜드화한 이곳 '지평선쌀'의 기름진 맛을 볼 수 있다.

벽골제 축조와 관련된 민속놀이를 재현하는 쌍용놀이(5일 낮 2시 30분), 만경들노래 모내기시연(6일 낮 2시)등이 유서깊은 김제 농경문화를 자랑하는 한편 전국 최초의 노인복지타운인 '김제시 노인종합복지타운'에서 어르신들의 장기자랑도 열린다.(6일 오전 10시) 그밖에 추수의 풍요로움을 더해주는 전국농악경연대회 본선(4일 오전 11시)과 전북도립국악원의 우리가락 한마당공연(4일 오후 4시), 전통혼례 시연(5일 오전 11시), 민속씨름대회(5일 오전 10시) 등 7개 분야 61개의 다양한 행사가 있다. 지평선축제위원회 (063)540-3324

■여행메모/ 견훤 유폐생활 했던 대사찰 금산사 볼만, 구워먹는 백합 별미

내륙쪽에도 볼거리가 많다. 김제의 또다른 상징인 금산사는 미륵불교를 대표하는 대사찰로 국보 62호인 미륵전과 10점의 보물이 있다. 후백제 견훤이 유폐생활을 한 곳. 임진왜란 당시 승병양성지로 알려진 사찰 귀신사, '꼟'자 모양의 초대 교회인 금산교회 등 문화유적이 빼곡하다.

김제행 열차가 밤 8시 41분까지 28회 있다. 또한 지평선축제를 테마로 해 하룻동안 금산사와 황금들녘, 서해낙조를 관광할 수 있는 열차(1544-7788, www. korail. go. kr)도 축제기간 운행한다. 고속버스는 강남고속터미널(02-6282-0600)에서 오전 6시 40분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총 15편. 새 길의 완공으로 김제 가는 길이 한결 가까워졌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서해안고속도로 김제톨게이트로 바로 빠지면 된다.

하얀 속살이 쫄깃한 백합은 임금님 수라상에나 올랐다는 귀한 조개. 김제나 부안처럼 너른 갯벌이 있는 곳에서나 맛볼 수 있다. 가을철이면 살이 꽉 차 더욱 맛있다. 심포항 일대에 횟집단지가 있다. 백합과 대나무처럼 생긴 죽합 등을 은박지에 싸 구우면 쫄깃한 육질에서 배어나오는 국물이 구수하면서 깊은 맛이 난다.

금산사 관광단지 내의 모악산 유스호스텔(지역번호 063, 548-4402)을 비롯해 심포리의 모텔심포장(542-1662) 등 비교적 깨끗한 숙박시설이 여러 곳 있다. 지난해 개장한 상동동의 김제온천스파랜드(547-8228)는 국내 최장의 튜브 바디슬라이더와 7가지 파도풀, 자수정·은사우나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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