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1주년을 맞아 미국과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기념행사가 예정된 가운데 미국은 테러에 대비, 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그러나 9·11 이후 대 테러전으로 반미 감정이 고조된 이슬람 국가들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미국의 추모 물결과 테러 경계태세
9·11의 현장인 워싱턴과 뉴욕은 물론 대서양에서 태평양 연안에 이르는 50개 주 전역이 주 정부와 의회, 시민·종교단체 등을 중심으로 거국적인 추모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워싱턴시의 국방부 청사에서는 11일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테러 희생자 유가족 등이 참석한 가운데 테러 1주년 기념식이 예정돼 있다. 뉴욕에서는 그라운드 제로를 기리는 퍼레이드가 열리며, 독립과 남북전쟁 및 9·11을 함께 조명하는 행사에서 테러 희생자 명단과 독립선언서, 게티스버그 연설이 낭독된다. 또 모든 주에서 묵념과 예배, 퍼레이드, 애도공연, 사진전시회, 타종식 등의 추모 행사가 예정돼 있다.
11일에는 미국인들이 테러에 대한 우려 등으로 여행을 자제해 추수감사절 다음 금요일처럼 항공 및 철도 이용자가 10% 가까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9·11 테러에 자사 항공기가 납치, 이용된 아메리칸항공(AA)과 유나이티드항공(UA)은 승무원들에게 추모 리본을 달게 할 예정이다.
한편 연방수사국(FBI)은 뉴욕과 워싱턴을 겨냥한 테러 가능성에 대비, 이 지역 경찰과 법 집행기관, 교통 전력 등 사회기반시설 운영기관에 경계령을 내렸다. 이미 워싱턴과 뉴욕 상공의 정찰 비행이 재개된 가운데 공군은 10일부터 워싱턴 일대에서 방공 훈련 중이며, 경찰도 전원 비상 근무 태세에 들어가 핵 발전소, 공항, 다리 등을 특별 경계하고 있다. 제57차 유엔 총회를 앞두고 있는 뉴욕에서는 유엔본부 주변 맨홀 뚜껑을 용접할 정도로 경계가 강화됐다. 질병통제센터(CDC)는 방사능이나 생화학 테러에 대비하고 있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9일 "기념일은 때때로 테러 활동의 호기가 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아직 별다른 징후를 발견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전세계 260개 재외공관에 보안 조치를 취할 것을 지시하고 민간인을 겨냥한 자살 공격 등의 테러 위협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해외거주 자국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파키스탄과 말레이시아 주재 미국 대사관이 11일 보안상 이유로 문을 닫기로 했으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주재 대사관과 수라바야 주재 영사관은 테러 위협 정보가 입수돼 10일 일반인들의 출입을 금지했다.
▼우방국들도 추모 행사 잇달아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서방권의 100여 개 도시에서도 다양한 추모행사가 예정돼 있다. 테러 1주기 진혼곡으로 지정된 모차르트의 '레퀴엠'이 뉴질랜드의 오클랜드를 시작으로 미국과 유럽, 아시아의 125개 도시에서 울려 퍼지게 된다. 런던, 파리, 암스테르담 등의 증권거래소에서는 일제히 2분 간 묵념을 올린다. 뉴욕과 자매결연을 맺은 헝가리 부다페스트는 무너진 쌍둥이 빌딩을 상징하는 거대한 레이저 빔을 쏘아올리며, 폴란드 바르샤바와 스페인 마드리드 등에서는 미 대사관 주변에서 추모행진이 열린다.
각국 정상들도 11일 추모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찰스 왕세자 등은 성베드로 성당에서 추모미사를 올리며,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미 대사관을 방문한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도 주례 강론을 통해 9·11 희생자를 기릴 것으로 알려졌다.
▼조용한 이슬람권
이슬람 국가들은 대사관 등 미국 관련 시설의 경계를 강화했을 뿐 조용한 모습이라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9·11 관련 행사로는 이집트 카이로와 파키스탄 카라치에서 언론사 주최로 열리는 사진전시회 정도이다. 레바논, 이란 등은 어떠한 움직임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9·11 이후 대 테러전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아프가니스탄은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이 뉴욕의 기념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지만 9·11을 기념하는 공식 행사가 없으며, 9·11 희생자를 애도하는 분위기도 아니라고 AFP통신이전했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에 길을 터 준 파키스탄은 이슬람 과격세력의 테러 가능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남경욱기자 kwnam@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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