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핀 조각에 의해 산란(散亂)된 X선의 파장이 입사(入射)한 X선의 파장보다 길어진다는 사실을 고등학교 물리 시간에 배운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산란광의 파장이 길어지는 현상을 콤프턴 효과라고 하고, 이 때의 산란을 콤프턴 산란이라고 한다. 광양자설(光量子說)의 정당성을 확인한 이 실험을 미국 물리학자 아서 콤프턴(1892.9.10∼1962)이 처음 했기 때문이다.워싱턴 대학 물리학 과장으로 재직하던 1923년 콤프턴은 물체가 산란시키는 복사선(輻射線)을 관찰했다. 복사선 가운데 그가 이용한 것은 X선이었다. 콤프턴은 흑연에 의해 산란된 X선의 파장이 입사한 X선의 파장보다 길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 현상을 해석하기 위해 고심했다. 그는 결국 마치 두 개의 공이 충돌하듯 X선이 전자와 충돌해 에너지를 잃어 파장이 길어졌고, 에너지를 얻은 전자가 튀어나온다고 가정했다. 즉 빛이 입자라고 가정하고 X선의 광자(光子)가 물질 내부의 전자와 충돌해 전자에 에너지를 주었기 때문에 산란된 광자(X선)의 파장이 길어진다고 주장한 것이다.
콤프턴이 명명한 광자는 물질 입자들처럼 에너지와 운동량을 지녔고, 파장·진동수 같은 파동성을 지녔다. 광자 에너지는 그 진동수에 비례하며 파장에 반비례하기 때문에 낮은 에너지의 광자일수록 진동수는 낮아지고 파장은 길어진다. 그러니까 콤프턴 산란에 대한 콤프턴의 가정이 옳다면, 충돌 전후의 운동량이 보존돼야 하므로 파장의 변화량과 산란 각도는 서로 의존해야 한다. 이 사실은 얼마 뒤 영국 물리학자 찰스 윌슨이 실험으로 입증했고, 콤프턴과 윌슨은 이 공로로 1927년 노벨 물리학상을 함께 받았다. 태초에 천지를 창조한 하느님이 "빛이 있으라"하는 말씀으로 만들어낸 그 빛은 파동이기도 하고 입자이기도 했다.
고종석 /편집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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