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대선 출마선언을 할 무소속 정몽준(鄭夢準) 의원의 최대 과제는 원내세력 규합이다. 정 의원은 내달 중 신당의 중앙당을 창당할 때쯤이면 원내 의석이 20석 정도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으나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정 의원의 경우 지지율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와 함께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지만 '당선 가능성'에선 낮은 평가를 받는 것은 세력의 한계 때문이다. 정 의원은 8일 김종필(金鍾泌) 자민련총재와 회동을 가졌는데, 이것도 원내 세력 확보를 위한 군불때기라고 봐야 한다. 정 의원은 결국 반(反) 이회창 비(非) 노무현 세력과 손잡을 수 밖에 없으며 이 경우 자민련과 민주당의 반노(反盧)세력이 우선 연합할 수 있는 정파들이다. 정 의원은 따라서 JP와 만난데 이어 민주당 반노그룹의 핵심인 이인제(李仁濟) 전고문 등과 회동할 가능성이 높다. 정 의원은 추석 이후 신당 창당 추진 과정에서 의원들 영입에 본격 나설 예정이다. 정의원측은 우선 내달 중순쯤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 뒤 11월중에 민주당 중도파 의원들을 대거 합류시키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대선출마 문제에 대해 형과 동생이 부정적이란 얘기도 있는데.
"신문에 그런 얘기가 나왔는데 아버지께서 살아계셨다면 신문 기사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 생각해봤다. 최근 미국 방문 마치고 귀국하기 하루 전에 집안에 제사가 있어서 참석하지 못한 것이 큰 실수였다. 그런데 집안의 한 어른이 출마 문제를 상의도 안 한다면서 걱정하더라. 추석 때 만나볼 것이다. "
―현대자동차 등에서는 정 의원이 출마선언 때 현대와의 관계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표명해주기를 기대하는 것 같은데.
"현대중공업 주식을 다 처분해서 삼성전자 주식 등을 사든지…(웃음). 이것은 여담이고 출마 선언 때 현대가 중립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주식 처리 구상을 밝히겠다."
―재산이 많은 사람이 권력을 가져선 안 된다는 견해가 있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기업들이 정치자금을 내지 않을 것이란 말도 있다. 재산도 지식·지혜처럼 잘 쓰면 도움이 되고, 잘 못 쓰면 해가 된다."
―8일 JP와의 만찬 회동 결과는.
"자민련 김종필 총재, 김학원(金學元) 총무, 고려대 한승주(韓昇洲) 총장서리와 내가 부부동반으로 함께 저녁식사를 같이 했다. 부인들도 함께 한 자리여서 신당 추진 문제 등 국내 정치 얘기는 거의 안 했다. "
―한 총장서리가 동석한 이유는.
"지난해 12월25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 부부 동반으로 식사를 한 적이 있다. 그때도 한 총장처리가 자리를 함께 했다. 정치인들만 만나면 대화가 제한될 것 같아서 내가 한 총장을 모셨다."
―JP와 손잡으면 세력확보에 도움이 돼도 이미지가 훼손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초당적 정치, 국민통합 취지에 공감하는 모든 분들에게 참여를 권유하고 부탁해야 한다. 국민통합에 부담된다면 정치하지 말아야 한다. 김구만 훌륭한 것이 아니라 이승만도 훌륭한데 이승만을 분열주의라고만 매도하는 것은 공정한 평가가 아니다. 김치를 담글 때 배추의 바깥 잎을 뜯어버리는데 흙 묻은 바깥 잎이 있으므로 깨끗한 속잎도 있는 것이다."
―신당 준비는 어떻게 되나.
"선관위에서 대선관련 선거법 개정안을 내놓은 것을 보니 정당은 만들어야겠다. 시간이 많지 않아 부지런히 준비하고 있다."
―출마 선언할 때 현역의원이 옆에 서야 하는 것 아닌가.
"많이 있으면 좋지만 꼭 그날에 맞춰 의원들을 참여시킬 생각은 없다."
―10월 중순 중앙당 창당 때쯤이면 교섭단체 구성을 할 정도인 20여명의 의원을 확보할 수 있는가.
"가능성 있다고 봐야 한다."
―이한동 전 총리, 민주당 이인제 전 고문과도 만날 생각인가.
"이한동 전 총리는 북한 축구단 환영 만찬 때 잠시 만났다. 의견이 다른 사람일수록 더 자주 만나고 의견이 같은 사람이라도 만나야 된다고 생각한다."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은 높은데 당선 가능성은 낮게 나온다.
"세력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권력은 세력에 지고, 세력은 천운에 진다는 중국 속담이 있다."
―최근 정 의원의 출생에 관한 일간지 칼럼 기사가 있었는데.
"나를 도와주려고 쓴 것 같다. 아버님이 국악인 안비취씨를 좋아하셨는데, 나와는 관계 없다. 안씨는 몇 년 전에 돌아가셨다. "
―신당 및 대선캠프 사무실은.
"여의도 사무실을 가계약한 상태인데, 금주 중에 계약을 완료해 23일쯤 입주할 예정이다. 임시로 서소문 명지빌딩 1개층을 준비 사무실로 구했다."
―신당의 명칭은.
"당명을 공모할 생각이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 "경영 손떼기" 구상은/현대重 경영위탁·주식 3자위임 가능성
정몽준 의원의 대선출마가 임박하면서 현대중공업과의 '정경(政經)분리'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필요성은 현대중공업과 정 의원측 모두 인정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경영의 부담과 정치바람을 차단해야 하고, 정 의원은 회사와의 깨끗한 단절이 오히려 대선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 의원은 "고민하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다만 그의 발언을 통해 처리방향은 어느 정도 유추되고 있다. 그는 "대선출마선언 때 현대중공업과 중립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조치가 포함될 것이다"면서 "현대중공업 지분의 처분이 아니라 처리"란 점을 강조했다. 이는 일각에서 제기된 지분매각을 배제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적 정서상 정 의원이 지분 11%로 오너인 현대중공업을 모두 매각하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분매각이 아닌 방안은 위탁경영, 의결권포기 또는 위임 등이 제시된다. 이중 경영권을 위탁하거나, 지분을 제3자에 일시 위임하는 방안이 설득력이 있다는 지적이다.
정 의원측은 미 대통령이 임기중 재산권을 대리인에게 맡기고 전혀 관여하지 않는 '블라인드 트러스트(Blind Trust)'를 언급하기도 했다. 전문경영인에 경영을 완전 위탁하는 방안이 그런 예이다. 의결권 포기는 자칫 경영권 확보에 이상이 생길 수 있어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당사자인 현대중공업측은 이에 대해 "현재로선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 없어, 알지 못한다"고 말을 아꼈다. 노조측은 정 의원의 대선출마에 따른 부담을 '또 다시 국민당의 망령인가'라는 반대성명서로 표현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대학 1학년때 커닝한 적 있다"
정몽준 의원이 9일 서울대 재학시절의 커닝 사건을 시인해 눈길을 끌었다. 정 의원은 또 "어머니에 대해서도 밝힐 생각"이라고 말해 출마 선언을 전후해 출생 등 자신을 둘러싼 소문에 대해 솔직하게 밝힐 것임을 시사했다.
정 의원은 커닝 사건 연루로 대학 졸업이 늦어졌다는 한 주간지 보도와 관련, "대충 맞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앞으로 TV 토론 등에서 "30년 전 젊은 시절의 실수였는데 큰 교훈이 됐다"고 말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주간지는 "정 의원은 1970년 대학 1학년 2학기 때 교양과목 중간고사를 치르는 도중 앞 자리에 앉은 학생의 답안지를 커닝하다 적발돼 정학 처분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정 의원이 1학년 2학기 전과목 학점을 취득하지 못한 것은 사실로 확인됐다. 이 사건으로 정 의원은 5년 만에 대학을 졸업했다.
/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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