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9·11 1주년 국내유족들/"오늘이라도 돌아올것 같은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9·11 1주년 국내유족들/"오늘이라도 돌아올것 같은데…"

입력
2002.09.10 00:00
0 0

"오늘이라도 당장 돌아올 것만 같은데…."지난해 9·11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 테러 때 빌딩안에 있다 실종된 고 박계형(朴桂亨·당시 28·여)씨의 어머니 신정혜(辛正惠·56)씨는 요즘도 전화벨만 울리면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손에 잡힐 듯 눈에 선한 계형이가 대문을 박차고 집안으로 들어설 것만 같기 때문이다.

"녀석의 주검도 못 봤잖아요. 믿을 수가 없어요." 신씨는 "돌아오면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딸이 쓰던 물건과 서류를 버리지 않고 고스란히 정리해뒀다"며 끝내 눈물을 터트렸다. 고교 졸업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후 메트라이프 보험사에 근무하던 박씨는 당시 출근 후 소식이 끊겼고, 가족들은 뉴욕 시내를 헤집고 다녔지만 결국 찾을 수 없었다.

9·11테러가 벌써 1주년을 맞고 있지만, 한국인 실종자 유족들은 혈육의 시신조차 찾지 못한 채 그날의 악몽을 힘겹게 삭여가고 있다. 한인 희생자 18명 중 사망이 확인된 비행기 탑승자 4명을 제외한 14명은 실종 처리된 상태. 유족들은 현재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DNA 검사 결과만 기다리고 있다. 이 때문에 대다수 유족들은 여전히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외부와의 연락을 피하는 후유증을 앓고 있다.

실종된 크리스티나 육씨의 어머니는 무남독녀 외동딸을 잃은 충격으로 심한 노이로제 증세를 보이고 있다. 조경희(당시 30·여)씨의 어머니는 "딸 생각을 지워내기 위해 동네에 나무를 심어 키우고 있지만 헛수고였다"고 아픔을 전했다. 올 3월에는 LG화재 구본석 지점장의 신분증이 사고 6개월여 만에 현장에서 발견돼 부인(38)과 가족들의 넋을 잃게 했다.

당시 실종된 것으로 보도됐다가 구사일생한 사람들도 그날의 악몽을 떨쳐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쌍둥이 빌딩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근무하다 실종, 숨진 것으로 기사화됐다 3일 만에 돌아온 헬렌 김(36·여·한국명 김희정)씨는 최근 결혼해 가정을 꾸렸다. 동생 준모(準模·34)씨는 "세일즈 마케터로 촉망받던 누나가 사고 후 무직자가 되고 지원프로그램에서도 한인이란 이유로 차별 받는 등 한동안 자포자기 상태였다"고 전했다.

유가족들은 그러나 절망속에서도 새로운 희망을 찾고 있다. 유족들은 올해 말까지 장학재단을 만들기로 하고 합동묘역조성과 추모비 건립 등도 서두르고 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