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나무판에 새기거나 그린 인물 그림들이 세월을 거슬러 옛 시절 우리의 어머니, 누나, 오빠를 떠올리게 한다. 18일까지 서울 관훈동 이화익갤러리(02―730-7818) 초대로 열리는 김덕용(42)의 6회 개인전 '나뭇결에 스며든 아름다움'은 새로운 기법과 따뜻한 필치가 어우러져 세월과 향수를 되새기게 하는 자리이다.동양화를 전공하면서 화선지 그림의 한계를 느끼던 작가는 오래된 나무조각에 끌리기 시작했다. 화선지의 원료도 바로 나무였다. 어쩌다 벼룩시장 등에서 구한 소반, 과일그릇, 산골 폐가에 쓰레기로 버려진 나무조각들이 그의 새로운 재료가 됐다.
나뭇결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그것을 조각도로 파고 옻칠을 하고 콩기름을 먹이고 사포로 문지르면 그 결에 사람의 숨결이 깃드는 것같았다. 나무판 조각들을 콜라주를 하듯 이어붙이기도 해서 거기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석채로 그렸다. 나뭇결이 간직한 세월이 그 사람들의 모습에서 되살아났다. 작가가 선보이는 20여 점의 인물·정물 그림은 그 소박함과 순수함으로 보는 이들에게 차분한 감동과 함께 긴 여운을 남긴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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