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TV는 8일 오전 박찬호 선발등판 미 메이저리그 야구 경기를 생중계했다. 하지만 이 경기는 자칫 국내에 중계되지 못할 뻔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중계권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박찬호 경기가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당초 이 경기를 생중계하기로 했던 MBC는 6일 오후 4시30분 이 경기를 빼고 시카고 대 세인트루이스 경기를 중계하기로 편성을 변경했다가 한시간여 후인 오후6시께 원래대로 박찬호 경기를 중계하는 것으로 방침을 바꾸었다. 이 같은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어렵게 방영된 8일 박찬호 경기의 시청률은 9.1%(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로 올 시즌 들어 가장 높았다.
박찬호 경기를 두고 MBC가 엎치락뒤치락 했던 이유는 같은 날 오후 열린 코오롱 한국오픈골프대회 생중계 때문. 하지만 3일 박찬호 경기를 방영하지 않은 후 "방송도 하지 않을거면 뭣하러 독점중계권을 가져왔느냐"는 시청자의 항의가 거세게 일어났고 이 같은 시청자 정서도 박찬호 경기를 중계하기로 최종 결정하는 데 크게 영향을 미쳤다.
2000년 11월 MBC는 2001년 시즌부터 4년 동안 메이저리그 경기 독점 중계권을 따냈다. 1주에 1경기 이상을 생중계 하는 조건이었기 때문에 박찬호 등판 경기가 아닌 다른 메이저리그 경기라도 반드시 편성할 수밖에 없다. 또한 박찬호 경기 중계를 독점하기 위한 독자행동 때문에 MBC는 국내 프로축구 K리그와 프로야구 중계에서 배제되는 희생도 감수했다.
하지만 최근 박찬호 경기의 인기가 급락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지난 시즌 MBC의 메이저리그 경기 중계는 최고 18.2%, 평균 8∼9%의 시청률을 기록했으나 올들어 시청률은 절반에 불과한 4.1%. 월드컵 이후 프로축구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MBC 내부에서도 박찬호 경기 중계를 현행대로 유지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불거지고 있다.
MBC 편성부의 한 관계자는 "메이저리그 때문에 K리그 중계까지 놓친데다 박찬호 경기마저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 내부적으로도 메이저리그 중계 계약을 중도에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며 "박찬호 경기가 애물단지가 돼버렸다"고 말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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