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쥐 심술이 팥쥐보다 한 수 위? 콩쥐처럼 착한 친구를 사사건건 골탕먹이지 못해 안달이 난 팥쥐. 하지만 번번이 당하는 건 팥쥐다. 누군가를 골탕먹이기 위해 권모술수를 부리는 것은 팥쥐가 아니라 콩쥐다. 선악 대립구도의 전형인 콩쥐―팥쥐의 관계가 역전된 걸까? 그럴 리 없다.때문에 '명랑소녀' 장나라가 팥쥐로 나서는 MBC TV 월화미니시리즈 '내 사랑 팥쥐'(극본 김이영, 연출 이진석)에 배반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사랑스러운 악역이라는 새로운 인물 유형을 보여줄 듯한 제목에 현혹된 데 대한 낭패감이다.
송이(장나라)는 외모, 학벌, 집안배경 등 객관적 조건은 평범하다. 특별한 게 있다면 바로 성격. 지나치게 뻔뻔하고, 화가 나면 속으로 삭이는 대신 약간 과격한 방식으로 분풀이를 한다.
그의 죽마고우나 다름없는 희원(홍은희)은 표면상 정반대. 항상 웃는 얼굴에 타인에게 절대 화내는 법이 없다. 송이와 희원의 관계를 팥쥐와 콩쥐에 빗대고, '내 사랑 팥쥐'라는 제목도 이 같은 배경에서 나왔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전형적인 콩쥐팥쥐 구도를 따르고 있다. 전혀 팥쥐같지 않은 팥쥐 송이는 사실상 명랑소녀 양순의 변주나 다름없다. 양순보다 성질은 더 못 돼졌지만, 결코 악한 인물은 아니다. 반면 희원은 송이의 대본을 바꿔치기 하는 등 송이를 곤란에 빠뜨리기 위해 뒤에서 열심히 계략을 꾸민다. 승준(김재원)과 현성(김래원), 두 남자주인공이 고비에 처한 송이에게 동정심과 사랑을 느끼는 것 또한 당연한 결과. 악역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전형적인 선악구도인 셈이다.
'내 사랑 팥쥐'의 2, 3일 평균시청률은 15.5%(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 요즘 최고의 주가를 올리는 장나라 김재원이 주연함에도 불구하고 '명랑소녀 성공기'와 '로망스'와 같은 위력이 나오지 않는다. 그들이 그려내는 인물도 신선한 매력이 없고 이야기 전개도 익숙하다. 콩쥐와 팥쥐의 관계를 살짝 비튼 듯한 섹시한 제목에 시청자가 현혹되는 건 잠깐이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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