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어머니께서 웃음을 되찾으신 것 같습니다."수해로 집이 물에 잠긴 강릉시 노암동 박명순(朴明順·72) 할머니 집 마당에는 8일 오랜만에 웃음꽃이 피어났다. 주말을 맞아 서울과 수원에서 큰아들과 작은아들 내외가 내려왔고 대구와 원주에 사는 시동생 부부들까지 찾아와 구슬땀을 흘렸다. 큰아들 정장호(鄭將豪·51)씨는 "그동안 직장 일로 내려오지 못해 속이 시커멓게 탔다"고 말했다.
태풍 '루사'가 물러난 지 첫 주말을 맞아 전국의 수해지역에는 옷가지와 먹을 거리 등을 들고 복구작업을 도우러 온 가족·친척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주말을 손꼽아 기다리다 7일 서울과 인천 등지의 친척 10여 명과 함께 강릉시 옥계면 산계리 큰아버지 집을 찾은 김진우(58·서울 관악구 남현동)씨는 "막상 와보니 피해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참하다"면서 고개를 떨궜다.
대구에 사는 김진량(47)·진구(45)씨 형제는 7일 승합차를 빌려 맏형 진보(51)씨가 농사를 짓고 있는 충북 영동군 영동읍 예전리 고향 집을 찾았다. 김씨는 "2,500여 평의 포도밭은 온데 간데 없고 모래와 흙더미만 뒤덮여 있었다"며 "큰형이 학업도 포기한 채 평생을 바쳐 가꿔놓은 과수원인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특별휴가를 받아 경북 김천시 지례면 도곡2리 고향을 찾은 대구 중부경찰서 김중수(34) 경장은 자갈더미에 묻힌 전답과 집은 차치하고 동네 뒷산의 아버지 산소가 사라진 것을 보고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다. 김씨는 묘소를 찾기 위해 이틀간 50여㎞의 산길을 헤맸으나 흔적조차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영동=한덕동기자 ddhan@hk.co.kr 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김기철기자 klm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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