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6일 16대 대선 선거운동 기간인 11월27일부터 12월19일까지 동창회, 향민회(향우회), 종친회 모임 금지를 환기한 후 시민들의 반발이 잇따르는 등 논란이 커지고 있다. 모임 금지 기간이 연말 송년회 시즌과 맞물려 커다란 불편이 예상되기 때문이다.8일 선관위에 따르면 선거기간 중 초·중·고교는 물론 대학원 특수과정 등 동창·동문을 대상으로 결성된 모임은 명칭이나 규모를 불문하고 모임을 가질 수 없다. 지역 연고에 따른 향민회, 일족으로 구성된 종친회도 명칭·규모에 관계 없이 모임을 가질 수 없다.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6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어 벌칙도 세다.
선관위 홈페이지에는 6일 선관위 발표 이후 "모든 국민을 범법자로 만드는 악법" "행정 편의만 생각한 대표적인 탁상행정"이라는 등 수백 건의 비난이 폭주했다. "헌법상 행복 추구권이나 신체의 자유, 결사의 자유에 어긋난다"며 위헌 가능성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참여연대 양세진(楊世鎭·36) 시민사업국장은 "국민에 대한 불신을 바탕에 깔고 있다는 점에서 과연 민주사회에서 가능한 법규인지가 의심스럽다"며 "학교 폭력이나 집단 따돌림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아이에게 학교에 가지 말라고 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비난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효율적 단속이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선거 운동의 음성화만 부추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발이 거세자 선관위 관계자는 "규제하는 모임은 규약이나 회칙을 가지는 정식 모임 또는 사실상 동창회·종친회 등의 기능과 성격을 가진 모임"이라면서 "가족이나 친지, 친구들간의 단순한 술자리나 결혼식, 제사 등의 행사는 규제 대상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단속 기준이 모호해 선관위가 실제 단속에 나설 경우 곳곳에서 유권자들과의 마찰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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