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볼만한 공연이 뜸했던 춤판의 기갈을 시원하게 씻어줄 큰 잔치가 열린다. 국내 최고의 국제무용제로 꼽히는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2002'가 30일 개막해 서울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 호암아트홀 등에서 25일간 춤의 향연을 펼친다.국제무용협회 한국본부(회장 이종호·허영일)가 주최하는 이 행사는 세계 무용계의 새로운 흐름을 소개하고 예술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작품들을 소개해 무용 관객층을 넓히는데 기여해왔다. 해외 22개국 14개 단체, 국내 24개 단체가 참가한 올해 행사에서는 영상 뮤지컬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를 결합해 춤의 영토를 넓힌 작품들이 대거 무대에 오른다.
'테크놀로지 춤'을 표방하는 스위스의 벤투라 무용단이 10월 5,6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하는 '존(Zone)'은 머스 커닝햄의 컴퓨터라이징 안무법 '라이프 폼'을 활용해 만든 작품. 산업용 로봇이 등장, 무용수들과 함께 춤을 추고 내장 카메라로 찍은 무대 모습을 스크린에 비추는 등 색다른 시도를 통해 춤과 과학의 교감 가능성을 실험한다.
일본의 괴짜 안무가 콘도 료헤이가 이끄는 콘도스는 '미친 사내들'이란 별명답게 파격적인 무대로 웃음을 선사한다. 19, 20일 호암아트홀에서 공연하는 '주피터'에는 춤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배불뚝이 '숏다리' 등이 포함된 남자 무용수들이 교복 차림으로 엽기댄스를 선보인다. 아르헨티나 정통 탱고를 뮤지컬 형식으로 변용한 '패시네이팅 탱고'(11,12일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최정상급 무용수 7쌍이 로미오와 줄리엣, 드라큘라 등으로 분해 화려한 무대를 펼친다.
'댄스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온 국내 단체 동랑 댄스& 뮤지컬 앙상블이 선보일 '신 에밀레'(10,11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도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다.
러시아 현대무용도 처음 소개된다. 유럽에서 대성공을 거둔 올가 포나가 이끄는 첼랴빈스크 현대무용단은 13,14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러시아 최고 공연예술상인 골든마스크상 수상작 '자연스케치' 등 2편을 공연한다.
소극장의 가변형 무대를 활용한 'BBB 2002 시리즈'(16,17일 22,23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는 이탈리아와 루마니아 출신 듀엣 '엑스프레스닷컴'이 종이접기에서 영감을 얻은 '80% 폴리에스테르, 20% 엘라스탄', 하와이 이민 4세 페기 최가 일본군 위안부와 매향리사건을 소재로 만든 '피의 들판' 등이 공연된다. 현대무용가 홍신자와 소리꾼 장사익, 남해안별신굿보존회 등이 참여하는 개막축하 갈라공연, 김 원 김은희 황선자 등 신세대 한국무용가와 살풀이에 매료된 프랑스의 셀린 바케가 꾸미는 '우리춤 빛깔 찾기', 한국 일본 대만 홍콩 호주 등 5개국이 공동 작업한 '리틀 아시아 네트워크' 공연 등도 눈여겨볼 만 하다. 14일까지 조기 예매자에는 20%, 패키지 티켓 구매 관객에는 최고 60%까지 할인혜택을 준다.
인터넷 홈페이지(www.sidance.org) 참조. (02)763―0865∼6.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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