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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기고]주5일 근무제/"금요일이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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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기고]주5일 근무제/"금요일이 즐겁습니다"

입력
2002.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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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금요일이 즐겁다. 적어도 내일부터 이틀 간은 일에 대한 아무런 부담도, 욕심도 없이 오직 나와 가족만을 생각하고 즐기면 그뿐이다. 7월, 주5일 근무제 시행 이후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이라면 마음과 생활의 여유를 되찾았다는 것이다. 20여년을 일에 쫓기며 일주일에 하루를 쉬는 것에 익숙해 있던 터라 주5일 근무제란 이틀을 연이어 출근하지 않는다는 의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적어도 7월 이전에는 말이다.그런데 어느 날 닷새에 한번씩 어김없이 오는 연휴는 거창하게도 삶과 가족에 대한 의미를 새롭게 일깨워 주었다. 잘 산다는 게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그걸 여태 모르고 있었다니….

돌이켜 보면 그 동안 앞만 보고 허겁지겁 달려온 것만 같다. 은행원에겐 토요일이 오전만 일을 하는 반공휴일이 아니다. 도대체 4∼5시에 끝나 뭘 계획하고 잘 쉴 수 있단 말인가. 일요일엔 TV 보고 잠자는 것이 거의 전부였던 나에게 드디어 변화의 바람이 분 것이다. 그것은 색다른 경험이며 질적인 삶으로의 도약이다.

금요일은 정말 즐겁다. 일에 대한 의욕이 속에서부터 솟구친다. 7월 이후 직원들 모두가 더 바빠졌다고 느낀다. 토요일에 해야 했던 일 때문만이 아니다. 업무 집중도와 밀도가 높아진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실제로 5일 동안 하는 일이 이전에 6일 동안 하던 일 보다 더 많아졌다. 은행원 모두 스스로 할 일을 찾고, 더 많은 고객을 만나고, 더 많은 땀을 기꺼이 흘리게 된 것은 일에 대한 의욕과 성취욕구가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솔직히 일이 많은들 어떠하랴. 내일부터 이틀간은 아무 생각 없이 모든 스트레스를 날려 버릴 수 있는데….

주5일 근무가 시작된 7월 이후는 정말 바쁘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은행에서는 무슨 연수를 그렇게 많이 시키는지, 웬 자격증은 그렇게 많은지, 전에는 은행 일만 잘하면 되었는데 요즘은 보험, 증권, 부동산, 세무 등을 모두 다 알아야 하니 열심히 공부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은행 내에 개설된 수십여 개의 인터넷 강좌를 선택하고 이수해야만 한다. 그러나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높이고 창조할 수 있는 값진 시간들이다. 이 또한 혁명적인 변화다.

바쁜 이유는 또 있다. 가족을 비롯한 주변의 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서 가족과 친인척의 대소사를 주도적으로 챙기는 일이 잦아졌고, 이를 통해 가족간의 유대감이 깊어지고 있어 마음이 한결 가볍다.

좋아하는 산도 언제든지 갈 수 있어 행복하다. 또 주5일 근무에 익숙해지면 주변의 이웃을 도와주는 자원봉사도 할 작정이다.

금융계를 시작으로 주5일 근무제가 이제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어 가고 있지만 앞으로도 당분간 주5일 근무제 실시를 유보할 수밖에 없는 일부기업 근로자들에게 형평의 차원에서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그래도 가을이 다가오니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김진우 우리은행 김포공항 출장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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