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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서울대의 "실험"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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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서울대의 "실험"에 바란다

입력
2002.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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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문제의 근원을 따져보면 그 한가운데에 잘못된 교육과 제도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교육문제에 대해 과거와 같이 미온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교육인적자원부가 앞장서 대학 개혁의 과제들을 제시하고 대학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우리 대학들도 그런 관점에서 21세기에 맞는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새로 취임한 서울대 정운찬 총장이 최근 대학입시에서 지역할당제를 도입해 신입생을 뽑겠다는 구상을 밝혔고, 뒤이어 교육부 또한 분명한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서울대 입학생 중 적지 않은 숫자가 서울, 특히 서울 중에서도 특정 지역 출신의 학생들로 채워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신임 총장의 발상은 총론적인 면에서 그럴 만한 것으로 판단된다.

보유한 돈의 규모에 비례하여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 가능한 사회는 불행하다. 그렇게 확보한 경쟁력이란 대개 사회적 갈등의 원인이 된다. 때문에 경제적 자유를 보호하면서 동시에 재력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어떤 이념을 표방하는 사회일지라도 반드시 함께 진행되어야 할 21세기의 과제다.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모든 국민은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는 그 전제 하에 실현 가능하다.

서울대가 처음으로 도입하는 입학생의 지역할당제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운영할 것인지 각론에 대한 연구는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교육 문제에 관한 한 무슨 일을 하려면 신속하게 해야 하고, 또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사회적인 배려가 뒤따라야 한다는 점이다. 지역할당제의 경우도 신임 총장이 서울대 안에 이미 형성되어 있는 관료적 질서를 완벽하게 존중하면서 일을 추진하도록 요구해서는 안 된다. 그 질서란 것들은 대부분 1차적 개혁의 대상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대단히 어려운 일이겠지만 새로운 입시제도를 마련해 가는 과정에서 서울대의 기득권이나 보호하려는 얄팍한 계산은 개입하지 못하도록 경계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교육 및 입시제도의 문제는 서울대만의 문제가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서울대에 들어갈 만한 최상위 그룹의 아이들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대는 당연히 최고의 학교 성적을 얻은 학생들로 채워져야 한다는 이기적이고 비교육적인 준거(準據)를 버리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의 교육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정상화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신임 총장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서울대의 문제는 곧 한국 교육의 문제라는 점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서울대는 그 동안 지식사회를 상징하는 위치에 있었으되 지식사회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지는 못했다는 점을 깊이 자성해야 한다. 그런 만큼 서울대의 변화는 오랜 세월 무력감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의 지식사회에 대한 적극적인 분발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너무 갑자기 큰 변화를 추구하면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식의 안이한 비판은 극복해 내기 바란다. 교육의 문제에 관한 한 우리 사회는 혁명적인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공론화하는 데 역량을 다하기 바란다.

시대를 막론하고 국가 목표에 어긋나는 교육 체계를 가진 나라는 없었다. 21세기 무한경쟁 시대를 살아가야 할 우리의 국가 목표는 당연히 국제화와 정보화다. 이미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대학들의 고민도 다를 바 없다. 우리 대학도 그 변화의 한 가운데에 서 있다. 그러나 우리 대학생들은 아직 실용적 경쟁력을 도외시한 교과목들을 듣기 위해 서성거리고 있다. 그들은 대학을 오직 자신의 취업수단으로 바라볼 뿐이다. 대학은 이제 그들에게 어떤 실효성 있는 대안을 제시할 것인지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 서울대의 실험은 이러한 문제 의식의 연장선상에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손풍삼 순천향대 국제문화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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