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삼성그룹에 입사할 당시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최종 면접시험장에서 고 이병철 회장님은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내딛는 내게 "기업이 이윤을 못내는 것은 마치 범죄행위와도 같다"고 일갈했다. 그 말씀의 의미를 외환위기 이후 깨닫게 됐다. 부실한 기업활동이 왜 범죄행위인지 분명히 알게 됐고, '기업은 이윤추구 집단이다'라는 교과서적인 정의에 대해서도 새삼 되새겨보는 계기가 되었다. 적어도 피터 드러커의 '미래경영'을 읽기 전까지는 그랬다.이 책을 읽고나서 나는 먼저 경영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정리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경영은 인간에 관한 일이며 공동의 목표를 위해 사람을 통합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조직과 구성원들이 새로운 요구와 기회, 그리고 변화에 맞춰 항상 발전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경영의 결과는 기업 외부로 나타나는데 기업의 결과란 곧 '고객만족'을 의미하며, 결국 경영은 '일반교양'(liberal art)이라고 저자는 마무리했다. 즉 경영의 원칙 내지 정의를 기초로 기업의 목적은 이윤추구가 아닌 '고객창조'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그러나 기업에 대한 이같은 정의는 정보라는 새로운 도구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다면서 '기업은 자원의 가공자로서 원가를 성과로 전환할 뿐만 아니라 경제사슬의 연결고리이자 부를 창출하는 기관, 물질적 환경의 피조물이면서 동시에 물질적 환경의 창조자'라고 정의했다.
현대는 불확실성의 시대다.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아직 확실히 말할 수는 없지만 가장 중요한 도전들이 무엇인지는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이는 대부분 사람들이 믿고 있는 것과는 달리 미래시장은 성장하는 시장도, 재화와 용역의 교환을 위한 자율시장도 아닐 것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미래의 '자유시장'은 정보의 교환을 의미하고, 이런 의미에서 미래시장은 글로벌 자유시장이 될 것이다. 기업은 물론 어떤 조직이라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도록 강요할 것이다. 미래경제에서 부닥치게 될 도전들은 개개인들이 스스로 해결해야만 하는 경영 도전이라는 암시이다. 이렇듯 이 책은 70년대의 경영환경에 길들여진 오늘날의 많은 CEO들에게 새로운 관점에서 기업경영의 기초부터 미래경영까지 섭렵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확신한다.
유명근 한솔포렘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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