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루사가 한반도를 휩쓸고 지나간 지 1주일이 지났다.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한 엄청난 태풍이라는 루사의 위력은 새삼스레 자연과 인간, 과학의 관계를 생각하게 만든다. 태풍은 어떻게 생겨나 수천 ㎞를 이동, 우리에게 피해를 입힐까. 태풍은 과연 과학기술로 막을 수 없는 자연현상인가. 많은 의문이 쏟아지고 있다. 기상청 기상연구소 조천호 예보연구실장의 도움으로 태풍의 모든 것에 대해 알아봤다.
▶태풍은 어떤 자연현상인가
태풍은 북위 5도에서 25도 일대 열대 바다에서 발생한다. 주변보다 기압이 낮은 상태인 저기압이 발달한 곳에서 수면온도 27도 이상의 바다로부터 수증기를 공급 받은 뒤 지구자전의 영향에 더해 상승기류가 소용돌이치면서 힘이 커진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중심부근의 최대 풍속이 초당 33m를 넘어가면 태풍으로 구분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초속 17m 이상의 열대성 저기압을 태풍으로 부른다.
열대성 저기압인 태풍의 고향은 주로 필리핀 동쪽 북서태평양 지역이다. 한반도, 일본, 대만, 중국 등지에 영향을 미치는 열대성 저기압은 태풍이란 이름으로, 북대서양 서인도제도 일대에서는 허리케인, 인도양에서는 사이클론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운다.
▶태풍은 왜 한반도로 향하는가
1년 동안 북서태평양 일대에서 발생하는 태풍은 평균 30개 정도. 이렇게 발생한 태풍은 저위도 지방에서 시작, 바다로부터 수증기를 공급 받으면서 힘을 키워 북위 30도 이상의 고위도 지방으로 이동한다. 루사는 올해 발생한 15번째 태풍이었지만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첫 태풍이다.
태풍의 이동 방향은 일반적으로 포물선 모양이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태풍 진로의 오른쪽에 있기 때문에 그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하는 것. 처음에는 편동풍의 영향으로 시속 20㎞ 정도로 천천히 서북서쪽으로 이동하다 중위도 편서풍 지역에 도달하면 북동쪽으로 진행 방향을 바꾼 뒤 속도는 두 배 가까이 늘어난다.
물론 태풍은 일정한 방향으로 이동하지 않는다. 때로는 지그재그 모양으로 움직이고 제자리에 서 있기도 한다. 그러나 바람의 영향으로 북쪽을 향하며 가을이 되면 중국쪽에서 발달한 고기압 세력과 해수면 온도가 낮아지는 현상 때문에 더 이상 북쪽으로 올라오지 못하는 것이다.
▶비와 바람, 어떤 것이 더 무섭나
태풍의 위력은 중심부 바람의 세기에 따라 구분된다. 예상 강우량은 따지지 않는다. 따라서 태풍이 두려운 이유는 바람 때문이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비의 양은 부수적인 부분. 그러나 때로는 태풍 전면부에서 발달하는 비구름대의 영향으로 폭우가 쏟아져 피해가 속출하기도 한다. 4조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힌 태풍 루사의 경우도 바람에 앞서 비구름을 보냈던 것이다.
이러한 바람도 위치에 따라 강도의 차이가 있다. 태풍은 진행방향 오른쪽의 바람이 강해 피해가 더 심하다. 태풍 자체의 진행방향과 바람의 방향이 비슷해 바람의 속도가 더 빨라지기 때문이다. 한반도 남해안 중심부에 상륙한 루사의 오른쪽인 영남과 강원도 지역에서 피해가 커진 이유다.
▶태풍은 막을 수 없나
기상청은 태풍이 발생하는 시점부터 태풍의 진로와 위력 등에 대한 관찰, 분석을 시작한다. 슈퍼컴퓨터와 각종 기상장비를 이용해 정확한 이동 경로를 파악하고 있지만 완벽한 방향과 피해정도 예측은 어렵다.
태풍을 막을 수 있는 여러 방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실현되지는 않고 있다. 특히 1970년대 이후 원자폭탄을 이용해 태풍이 막 발생한 상태에서 소멸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환경문제 등으로 실현되지 않았다.
윤석환 기상청 기상홍보과장은 "서태평양 해수면 고온화와 지구 온난화 등으로 태풍 집중호우 같은 악(惡)기상 발생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 체계적인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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