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은 대한이비인후과학회가 제정한 '귀의 날'. 학회는 청소년의 소음성 난청과 신생아 난청을 조기진단, 예방해야 한다는 취지로 9일 프레스센터에서 귀의 날 기념 강연회를 열고 전국 36개 대학병원서 무료검진을 벌인다.
▶소음, 청력감퇴의 원인
최근 젊은이 중에서도 "가는 귀가 먹었다"거나 "귀에서 소리가 난다"며 이비인후과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연세대 의대 이비인후과 김희남 교수는 "음량을 크게 높인 채 리시버를 귀에 꽂고 다니는 버릇이 있는 청소년, 군대에서 귀마개 없이 훈련하다가 총성, 폭발음을 듣는 젊은이들이 소음성 난청을 겪게 된다"고 말한다. 손상된 청각신경세포는 회복할 길이 없으므로 예방이 최선이다.
일반적으로 난청이란 25데시벨 이하 즉 새 지저귐과 시냇물 흐르는 소리를 못 듣는 정도. 얼마만한 소음이 청력장애를 일으키느냐는 기준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85데시벨 이상일 경우 청력에 해를 준다. 카세트테이프의 음악을 이어폰을 통해 최대 크기로 들을 때 음량이 100데시벨을 넘는다. 1985년 미국에서 3시간동안 이를 들려준 조사에서 반수 이상이 일시적 청력감퇴를 경험했다. 일시적 청력감퇴는 24시간내 회복되지만 소음노출이 반복되면 영구적으로 청력을 잃게 된다. 잔디 깎는 기계, 트럭 소음은 90데시벨 정도로 하루 8시간 이상 노출되면 청력이 감소된다.
문제는 소음성 난청이 꽤 진행된 후에야 이를 자각하게 된다는 점. 처음엔 고음역(4㎑)만 듣지 못하므로 난청을 느끼지 못하다가 점차 백화점, 음식점 등에서 대화가 어려워지고 귀울림 등을 호소하게 된다. 조용한 곳에서 귀울림이 느껴질 땐 반드시 이비인후과를 찾아 청력검사를 받아야 한다. 손상된 청력세포는 회복이 안 되므로 가능한 한 소음을 줄이고, 소음에 노출된 뒤엔 조용한 곳에서 충분히 쉬는 것이 좋다.
▶중이염, 후천성 난청의 원인
미 국립보건원(NIH) 발표에 따르면 신생아 1,000명 중 1명이 선천선 고도 난청을 갖고 태어난다. 이 같은 추세라면 국내에선 매년 700명의 고도 난청 신생아가 태어나는 셈인데, 이는 신생아선별검사 대상인 갑상선기능저하증, 페닐케토산뇨증, 낭성 섬유증 등보다 발병률이 훨씬 높은 것이다.
유·소아의 청각기능은 언어와 지능, 학습능력의 발달에 결정적이기 때문에 난청의 조기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생후 1년동안 소리를 잘 듣지 못하면 뇌의 청각신경전달로가 제대로 발달하지 않고, 나중에 보청기나 와우이식술을 써도 한계가 있다. 또 언어발달은 생후 3년까지 가장 활발하고 7세까지 진행되므로 그 전에 난청을 발견, 재활해야 한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이광선 교수는 "생후 3개월 이내 신생아 난청을 조기진단하면 보청기, 와우이식술을 통해 정상아에 가깝게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뇌파를 재는 자동화 청성뇌간반응, 내이에서의 음향진동파를 측정하는 유발이음향방사를 이용하면 신생아도 간단히 청력을 측정할 수 있다.
특히 선천성 난청이 의심되는 경우는 가족 친척 중 청력장애가 있을 때, 임신중 풍진 등 감염성 질환을 앓은 경우, 머리나 얼굴에 기형이 있는 아이, 출생시 체중이 1.5㎏ 이하인 아이, 신생아 황달로 교환수혈을 받은 경우, 출생 전후 감염 등으로 이독성 약제를 사용한 경우, 출생 후 세균성 뇌막염을 앓은 경우, 출생시 심한 호흡장애를 겪은 경우 등이다.
후천적으론 중이염이 가장 흔한 난청의 원인이다. 급성중이염이 반복돼 3개월 이상 염증이 지속되는 만성중이염을 앓으면 고막에 구멍이 뚫리거나, 이소골이 녹거나, 삼출액이 고여 청력 장애를 겪게 된다. 청담서울이비인후과 정하원 원장은 "만성중이염으로 인한 난청은 소음성 난청과 달리 신경세포가 손상되지 않은 상태라 이론적으론 수술을 통해 청력이 회복돼야 하나 실제론 치료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중이염이 만성화하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권했다. 중이염은 모유를 먹이지 않은 경우, 놀이방 등 밀집된 환경에서 자란 경우, 형제가 중이염이 있는 경우, 알레르기가 있거나 부모가 흡연을 하는 경우, 비만이 심할수록 잘 걸린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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