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록이 패기를 눌렀다. 미국 테니스를 대표하는 신·구 세대간 대결에서 피트 샘프러스(31)가 자신보다 11세 아래인 신예 앤디 로딕(20)을 꺾고 준결승에 올랐다.샘프러스는 6일(한국시간) 뉴욕 플러싱메도 국립테니스센터에서 열린 US오픈테니스대회 남자단식 8강전서 로딕을 3-0(6-3 6-4 6-2)으로 제압, 2000년 윔블던 이후 첫 우승 및 메이저대회 최다승(13승) 기록 경신에 다가섰다. 샘프러스는 메이저 대회 첫 준결승에 오른 '네덜란드의 희망' 스엥 스할켄과 결승행을 다툰다.
샘프러스는 US오픈 4차례를 포함, 1990년부터 지금까지 메이저대회 13승의 대기록을 세운 백전노장. 그러나 2000년 윔블던 우승 이후 슬럼프에 빠져 3년째 무관의 설움을 겪어왔다. 특히 올해는 윔블던 2회전에서 탈락, "이제 그의 시대는 끝났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를 대신해 2000년 프로에 데뷔, 기량이 급상승하고 있는 로딕(세계 11위)이 새로운 스타로 떠올랐다.
하지만 샘프러스는 건재했다. 그는 이날 경기에서 별명인 '피스톨 피트'답게 파워 넘치는 서비스, 경쾌한 몸놀림, 구석구석을 찌르는 스트로크로 로딕을 압도했다. 로딕은 자신의 우상과의 대결에 주눅이 든 듯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샘프러스는 처음부터 시속 209㎞의 강서비스를 날려 기선을 잡았고 경기내내 네트를 장악하며 발리샷과 드롭샷으로 상대를 괴롭혔다. 주도권을 빼앗긴 로딕은 경기가 안 풀리자 수건을 입에 무는 등 초조한 모습을 보였다. 로딕은 2세트가 끝난 뒤 샘프러스를 향해 고개 숙여 인사를 하는 등 존경심을 표시하기도 했다. 앤드리 애거시(미국)도 막스 미르니(벨로루시)를 따돌리고 4강에 합류, 레이튼 휴이트와 결승진출을 놓고 격돌한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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