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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서사시/인류 문명의 재료는 나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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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서사시/인류 문명의 재료는 나무였다

입력
2002.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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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펄린 지음·송명규 옮김 따님 발행·2만원태풍 루사는 우리에게 엄청난 피해를 안겼다. 특히 산의 빽빽한 나무를 베어내고 이뤄진 어설픈 개발로 흙더미가 무너져 내리면서 피해는 더 커졌다.

미국 환경운동가 존 펄린의 '숲의 서사시'는 청동기시대부터 19세기까지 인류 역사에서 나무가 수행해온 절대적인 역할을 살피는 책이다.

메소포타미아인들은 나무를 토대로 문명을 꽃피웠지만 숲이 사라지자 제국도 무너졌다. 아테네와 펠로폰네소스 동맹은 그리스 북부와 시칠리아섬의 삼림을 차지하기위해 서로 싸웠다. '숲의 민족'을 자칭했던 로마인들도 풍부한 산림을 이용해 제국을 건설했고 스페인 북아프리카의 숲을 약탈해 번영과 사치를 유지했다.

근세의 영국은 막강한 해군력을 유지하기 위해 아메리카대륙의 전함 건조용 나무에 눈독을 들였다. 서부 개척시대의 미국에서는 나무로 문틀과 문짝을 짰고 나무 못으로 나무 경첩을 박았으며 나무 빗장을 걸었다. 증기선과 기차도 나무를 연료로 했고 심지어 철도 레일도 나무로 만들었다.

화석 연료를 사용하기 전까지 나무는 이처럼 거의 모든 사회에서 1차 연료이자 건축자재였다. 나무가 많으냐 적으냐에 따라 그 사회의 문화, 인구학적 특징과 경제 정치 외교 그리고 기술의 상당부분이 틀지워졌다.

그러나 이는 반대로 문명이 일어난 곳에서는 예외없이 삼림 파괴가 일어났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플라톤은 이미 고대 그리스시대에 아테네인들에게 삼림 벌채가 가져올 결과를 경고하기도 했다. 지금도 남아메리카와 동남아 등에서는 나무가 통째 잘려나가고 있다. 마구잡이 벌채가 지구 온난화와 사막화 그리고 홍수와 토양 유실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나무를 잣대로 역사를 이해하면서 견강부회한 부분도 적지 않지만 나무의 소중함만은 확실하게 일러주는 책이다.

/박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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