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인과 소설가들의 작품 속에서 잘못 쓰인 우리말을 지적한 책 '우리말 지르잡기'(문학수첩 발행)가 출간됐다. 30여 년 잡지 취재와 편집기자로 일했던 시인 권오운(60)씨가 펴낸 이 책은 조정래 최명희 김주영 이청준 신경숙씨 등 내로라하는 작가들의 우리말 오용 사례를 지적한 것이다.저자에 따르면 조정래씨는 역사소설 '태백산맥'에서 '공중제비'를 '공중바퀴'라고 썼고, 황석영씨는 역사소설 '장길산'에서 해가 지는 모양을 나타낼 때 쓰는 '뉘엿뉘엿'이라는 단어를 해가 떠오르는 장면을 묘사하는데 사용했다. 또 김주영씨가 소설 '홍어'에서 '옹알이'라는 단어를 암탉이 내는 소리로 사용한 데 대해, "옹알이는 '아직 말을 못하는 어린아이가 혼자 입속말처럼 자꾸 소리를 내는 짓'이다. 암탉이 아무리 수탉이 그립다 한들 사람소리까지야 내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청준씨는 소설 '날개의 집'에서 명사에 붙는 접미사인 '-시'를 형용사인 '하찮다'에 붙여 '하찮시하여'라고 잘못 썼고, 최명희씨는 역사소설 '혼불'에서 참개구리를 가리키는 '엉머구리'를 '악머구리'로 썼다. 신경숙씨의 소설 '멀리, 끝없는 길 위에'에 쓰인 '가난한 여인이 생각에 잠길 때는 발자국을 들고 걸어야 한다고 했잖아'라는 문장에 대해 "어떻게 발자국을 들고 걸을 수 있단 말인가"라고 꼬집었다.
고재종씨가 시 '청대밭으로 가리'에서 '묵정지'라는 시어를 사용한 데 대해 저자는 "묵은 논을 뜻하는 '묵정논'이나 오래 내버려두어 거칠어진 밭인 '묵정밭'이 되어야 맞는 표현"이라면서 "단순이 묵은 땅의 의미로 묵정지라고 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또 안도현씨의 시 '오래된 우물'에 사용된 시어 '뒤안'은 집 뒤에 있는 뜰이나 마당을 가리키는 '뒤꼍'으로 쓰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저자는 이밖에도 교과서와 신문, 방송 등에서 잘못 쓰인 우리말의 사례를 조목조목 짚으면서 "영어만이 살 길이라고 난리굿을 치는 판국에 우리말, 우리글을 갈고 닦는 일은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되리라는 생각에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책의 제목으로 쓰인 단어 '지르잡다'는 '옷 따위에서 더러운 것이 묻은 부분만을 걷어쥐고 빨다'라는 뜻이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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