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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에 반대한다/해석은 예술의 매력을 고갈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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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에 반대한다/해석은 예술의 매력을 고갈시킨다

입력
2002.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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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 손택 지음·이민아 옮김 이후 발행·2만3,000원1966년 출간 당시 대중문화와 고급문화의 경계를 무너뜨리는데 앞장서며 포스트모더니즘 논쟁을 점화시킨 화제작이다. 저자 수전 손택(69)은 '사진론' '은유로서의 질병' 등 에세이와 '미국에서' 등의 소설을 쓴 작가이며 미국의 대표적인 지성으로 꼽힌다. 이 책엔 문화연구의 고전이 된 '해석을 반대한다'와 '캠프에 관한 단상'을 비롯 26편의 에세이가 담겨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해석에 반대한다'라는 에세이는 저자의 시각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글이다. 저자는 '예술은 모방이다'라는 플라톤 이후 서구의 오래된 고정관념에 대한 의심에서 출발한다. 예술은 '무엇'의 모방이며 따라서 '무엇'의 내용을 간직하고 있고 형식은 겉치레에 지나지 않는다는 전통적인 생각은 꽤나 수상쩍은 것이다. 이렇게 과도하게 내용을 강조한 견해는 결국 감성에 해독을 끼친다는 게 저자의 입장이다. 저자는 해석을 가리켜 '지식인이 예술, 나아가 세계에게 가하는 복수'로 명명한다. 해석은 예술의 매력을 앙상한 내용으로 탈바꿈시키고 고갈시킨다. 결국 예술을 지적 도식의 범주로 복속시키려는 정치적인 시도가 바로 해석인 것이다. 가령 카프카의 '성'을 거세에 대한 공포로 읽거나, '심판'을 신의 정의의 심판 등으로 읽는 '각다귀 떼'같은 해석자들의 '급습'으로 현대문학은 피폐일로를 걷는다. 이 까닭에 문학 대신 '작품이 작품에 있는 그대로일 뿐인' 영화가 가장 활기찬 예술 형식으로 인해 시대의 총아가 되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예술의 형식을 복권해야 한다. 사물의 반짝임을 있는 그대로 경험해야 한다. 더 잘 보고 잘 느끼는 법을 배워야 한다. '해석학 대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예술의 성애학(erotics)이다.'

대중문화연구에 큰 영향을 미친 '캠프에 관한 단상'은 짧은 글 58편으로 새로운 시대의 감수성을 예찬한다. 니체와 비틀즈 사이를 넘나들며 '내용과 형식' '고급과 저급' 등의 통념을 뒤흔들고 있는 발상이 돋보이는 책이다.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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