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반대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자니 대선이 걱정스럽고…."한나라당이 급템포를 타고 있는 남북관계 개선 움직임에 대한 대처 방향을 놓고 고민에 빠져 있다. 이 달과 10월 중 통일축구 대회를 비롯해 5차 이산가족 상봉, 경의선 복원 군사회담, 부산 아시안 게임, 8차 장관급 회담 등 굵직한 남북간 이벤트가 줄줄이 잡혀 있어 남북관계의 큰 진전이 예상되지만, 마냥 박수만 치고 있을 수 없는 게 한나라당의 처지다. 이로 인한 대선 정국의 반전 가능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한 당직자는 "숨돌림 틈 없이 추진되는 남북교류 행사는 12월 대선을 겨냥한 흔적이 역력하다"며 "여권이 신당창당과병풍(兵風), 그리고 신북풍 등 세가지 카드로 정권재창출에 나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회창(李會昌) 대통령 후보는 7일의 통일축구 대회에 불참키로 함으로써 사태를 일단 냉정하게 관망하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최근 흐름에 대한 분명한 입장 정리가 아직 끝나지 않은 탓이다. 한나라당은 아시안 게임에서 남북한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 입장하는 문제와 관련, 처음에는 반대 의견을 냈다가 바로 취소해 복잡한 내부 사정을 드러냈다.
한나라당이 특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대목은 역시 북한 김정일(金正日) 위원장의 9월 답방설이다. 당내에는 "김 위원장이 28일 서울에 도착, 29일 아시안 게임 개막식에 참석한다", "27일께 서울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경부선 기차를 타고 부산에 내려갈 것"이라는 등 첩보수준의 얘기들이 무성하게 나돌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에 대해서도 미리 답방 반대를 외칠 지, 남북 화해무드를 함께 타고 넘어야 할지 결론 없는 저울질을 계속하고 있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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