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차현숙(39·사진)씨가 두번째 장편 '안녕, 사랑이여'(중앙M& B 발행)를 펴냈다. 그는 "결혼한 여성의 존재 양식을 소설 속에서 정립하고 싶다"고 문제의식을 밝힌 작가다. 제도로서의 결혼이 여성의 의식을 어떻게 규정하는가 하는 차씨의 질문은 '안녕, 사랑이여'에서도 끈질기게 던져진다.성아는 자신에게 지쳤고 자신의 울타리에 지쳤다. 막 결혼했을 때 성아는 가족과 이웃들로부터 예쁜 새댁이라는 칭찬을 받았다. 안정된 삶이었다. 어느날 마른 꽃처럼 형태만 남은 자신을 발견했다. 친구에게서 남자를 소개받았다. 생활과 남편과 아이밖에 몰랐던 여자는 새로 만난 남자에게 순식간에 빠져들었다. 턱없이 순진하게도 섹스를 사랑이라고 믿었다.
윤수의 어머니는 자신을 강간한 남자와 결혼했으며, 갓난 윤수를 죽이려다가 정신병원에 보내졌다. 아버지는 딸을 성적으로 학대했다. 이혼한 윤수는 좀처럼 한 사람에게 머물지 못했다. 많은 남자를 만나고 헤어졌다. 사람을 믿지 말아라. 차라리 지나가는 바람을 믿어라. 그래도 윤수는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
결혼의 무게를 덜고 싶어하지만 끝내 그 무게에 갇혀 버리는 여자. 끝없이 부유(浮游)하면서 잠시 잠깐이라도 가라앉고 싶어하는 여자. 차씨는 결혼한 여자와 결혼을 체험했던 여자의 삶을 나란히 서술한다. 다른 남자와 잠자리를 함께 한 뒤 남편에게 "사랑해, 잘 자"라고 말하는 성아를 묘사할 때 작가는 냉소적이다. "미안해, 내가 나쁜 놈이야. 기다려줘"라면서 흐느끼는 남자에게 "부인과 아이를 지키세요"라고 말하는 윤수를 묘사할 때 이죽거리는 한 마디가 들린다. 산다는 것은 제스처와 포즈가 아닌가, 라는 속삭임이다. 그러니까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고, 다 지나가는 일이라면서 서로의 등을 토닥이고, 몸의 때를 벗기면 마음의 때도 벗겨지는 것이라고 믿기로 한다. 세상에는 알면서도 속아주는 거짓말이 있고 그 중의 하나가 여성에게 덮씌워진 결혼이라고 작가는 슬쩍 건드려 놓는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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