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9·11 테러의 도움을 가장 많이 받은 사람은 단연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9·11 테러 1주년을 맞은 11일자 최신호에서 "미국을 경악시켰던 테러 사건은 지난 선거에서 전국 득표수에서 뒤지고도 선거인단수에 승리하는 우여곡절 끝에 대통령직에 오른 초보 대통령 부시를 살려냈다"며 이같이 평가했다.테러 당일 월드트레이드센터를 비행기가 들이받았다는 첫 보고를 받고 "아니, 저런 미친 조종사가 다 있나"라며 어이없어했던 부시는 테러 1년이 지난 현재 건국 이래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전시 지도자'이자 전 세계를 상대로 거침없이 대 테러전쟁을 이끄는 세계의 리더로 거듭났다.
플로리다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육개혁에 관한 연설을 하던 도중 테러 보고를 받은 뒤 전용기를 타고 루이지애나주와 네브래스카주 군기지를 전전하다 무려 10시간여 만에야 백악관으로 복귀하는 바람에 '겁쟁이 대통령'으로까지 비난받았던 부시는 곧바로 설득력 있는 대 국민 연설과 사고현장 방문 등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고 사태를 수습해 나갔다.
테러 발생 한 달 만에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을 상대로 한 대 테러 전쟁이 2달 만에 항복을 이끌어내는 승전가도를 달리자 부시의 인기는 욱일승천의 기세로 치솟았다.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취임초 57%에 지나지 않았던 부시에 대한 업무 지지율은 테러 직후에는 90%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갤럽이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이래 실시해 온 여론조사 사상 최고치다.
부시는 애국심에 기반한 국민들의 압도적 지지를 기반으로 파죽지세의 기세로 국내외 정책을 밀어붙여 나갔다. 국내적으로는 야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감세와 교육개혁 등 각종 선거공약을 실행에 옮겼고 테러에 대비해 국방예산을 증액하는 한편 부처급의 국토안보국 신설안도 내놓았다. 국제적으로도 영국 등 동맹국들의 도움으로 반 테러 공조를 확보해 아프간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러나 부시의 앞날에는 허다한 가시밭길이 놓여있다.
먼저 국내적으로는 당장 두 달 앞으로 닥쳐온 중간선거가 문제다. 올 초까지만 해도 자신의 높은 인기에 힘입어 상원의 다수당 위치 회복과 하원의 다수당 고수가 가능해 보였지만 현재의 여론조사 결과로는 자칫하면 상하원 모두 여소야대가 될 공산이 커보인다. 또한 날로 어려워져만 가는 경제 사정도 부시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알 카에다 테러조직의 발본색원이 점점 요원해져가고 있으며 중동분쟁도 날로 악화하고 있다.
대 테러 전쟁의 마무리 수순으로 추진 중인 대 이라크 공격도 국제사회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난제 중의 난제로 부상했다. 영국을 제외하고는 이라크 공격을 지지하는 국가가 거의 없을 정도로 한때 공고하기 그지없었던 대 테러 연합전선도 와해된 상태다. 미국 위주의 일방외교를 비난하는 국제사회의 여론도 비등해지고 있다.
9·11 테러의 위기를 전화위복으로 극복해낸 부시의 성공신화는 이제 또 다른 시련에 봉착했다는 게 국제사회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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