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돌아가던 톱니바퀴에서 파열음이 들리기 시작했다."KTF와 KT 사장을 거쳐 정보통신부 장관에 오른 이력에서 알 수 있듯이 국내 최고의 통신 전문가인 이상철(李相哲·사진) 정통부 장관이 돌연 '통신산업 위기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 장관은 5일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유럽과 달리 한국 통신업계는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내는 등 겉으로 화려하지만, 속으로는 이미 위험한 상황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위기론의 근거를 통신 업체들의 소극적 투자에서 찾았다. 그는 "올들어 통신 업체의 투자가 주춤한 상태"라며 "적정 수준의 투자가 계속되지 않으면 '투자→수요창출→투자확대' 등 선순환 구조가 깨지고, 유럽이나 미국처럼 악순환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장관은 '통신산업 위기론'을 통신요금의 소폭 인하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로 연결시켰다. 그는 "휴대폰 요금이 10월에는 인하되겠지만, 투자여력을 남겨두지 않은 과도한 인하는 장기적으로 소비자에게도 도움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 요금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의 62%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지금도 요금이 외국보다 비싸지 않고, 요금을 내릴 여력도 크지 않으므로 큰 폭의 인하는 힘들다는 것이다.
이상철 장관은 나름의 위기 타개책도 내놓았다. 바로 해외시장 개척과 영화·디지털 소프트웨어 분야에 대한 투자 확대이다. 흥미롭게도 이 장관은 해외시장 개척의 벤치마킹 대상을 개발연대 재벌이 사용했던 '선단식 경영'에서 찾았다.
해외시장에 국내기업이 개별 진출, 출혈경쟁을 벌이는 대신 삼성이나 KT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항공모함 선단' 처럼 연합작전을 구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통부는 '선단식 진출'의 시범 사업으로 KT와 벤처기업을 끌어 모아 올해 안으로 '한·중 IT마케팅 전문회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이 장관은 또 국내 영화산업의 디지털 기술 응용수준을 미국 헐리웃의 '스필버그' 사단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과감한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스타워즈처럼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영화의 부가가치가 자동차 100만대 수출한 것보다 크다"며 "디지털 영화기술 개발과 관련, 이미 문화관광부와 합의했다"고 말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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