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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칼럼]"통일축구" 축제의 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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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칼럼]"통일축구" 축제의 장으로

입력
2002.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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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02남북통일축구경기를 앞두고 우리 민족은 축구에 참 소질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구와 배구 등 다른 구기종목은 중국의 만리장성 앞에 번번히 무릎을 꿇었지만 축구는 13억 중국인을 공한증(恐韓症)에 떨게하고 있다. 북한도 다른 종목은 몰라도 축구에서만은 상대적으로 중국에 강세를 보인다고 한다. 또 아시아를 통틀어 월드컵 8강 이상 진출한 나라는 한국과 북한밖에 없다. 민족적 자부심을 가질만 하다는 얘기다.사실 국가대표 선수와 코치, 감독을 두루 역임했지만 이번에 방문하는 북한선수단과는 특별한 개인적인 연이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남북한이 축구에서 공동 우승한 78년 방콕아시안게임 때 같이 그라운드를 누빈 선수출신 관계자를 찾아볼 수 없다. 리정만(43) 북한 감독도 그해 대표선수로 발탁됐다고 하는 데 별다른 기억은 없다. 90년 통일축구대회 때도 대회가 열리기 석달전인 7월 대표팀 코치를 사임,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통일축구를 계기로 우리 민족이 더욱더 단단한 화합의 길로 들어서길 바라는 마음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 너무도 당연하다. 축구에만 국한해도 이번 대회를 통해 교류와 협력을 넓혀나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북한이 지난해 8월 상하이에서 우승한 삼성컵 4개국 대회 경기를 비디오로 분석한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이 같은 마음이 더욱 간절하다. 공격수 전 철(20)의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스피드는 눈을 사로잡았고 이번 선수단에선 빠졌지만 스트라이커 리금철의 플레이도 돋보였다.

하지만 현대축구 흐름에는 뒤쳐져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힘과 스피드에만 의존하는 단조로운 공격패턴과 치밀한 전술·전략의 부재 등은 북한 축구의 한계임이 틀림없다. 한마디로 세련되지 못했다. 우리와 똑 같은 재능을 물려받은 북한인 만큼 문을 열고 한국 등과의 경기 경험을 확대해 나간다면 이 같은 단점은 어렵지 않게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아무튼 서울월드컵경기장이 민족 화합은 물론 축구의 온갖 재미를 보여주는 축제의 장이 되기를 기원한다.

허정무 /전 대표팀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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