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협회 등 정부 산하기관의 방만한 운영을 막기 위한 '정부산하기관관리기본법' 정부안이 최종 확정됐다.하지만 관련 부처들의 반발로 산하기관에 대한 경영 평가 및 조직·정원 조정 등 주요 권한이 모두 주무 부처에게 주어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기획예산처는 5일 정부 산하기관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면서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이같은 내용의 '정부산하기관관리기본법(안)'을 확정, 입법 예고하고 이번 정기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법안에 따르면 앞으로 정부로부터 출연금 또는 보조금을 일정 규모 이상 받거나 위탁업무 수행에 따른 수입규모가 큰 산하 기관과 단체들은 각종 규제를 받게 된다. 현재 정부 산하기관은 공사 공단 협회 연합회 위원회 단체 등을 망라해 75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정부는 조만간 대통령령을 제정해 이 가운데 법 적용 대상 기관 100∼150개를 매년 고시할 예정이다.
법안은 기획예산처에 예산처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정부산하기관 운영위원회'를 설치, 산하기관의 운영과 관리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을 심의·의결하도록 했다.
운영위원회는 산하기관의 예산관리 기준을 마련하고 경영실적 평가 대상기관, 고객만족도 조사 실시 기관 등을 선정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법안은 또 산하기관장이 매년 경영목표, 예산과 사업계획, 경영실적, 재무제표 등을 주무부처장(장관 등)에게 제출, 이 보고를 토대로 주무부처장이 산하기관의 경영실적을 평가해 인사·예산 상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 산하기관의 조직 및 정원 조정은 반드시 주무부처장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했으며, 일부 기관이나 단체(대통령령으로 규정)의 경우 매년 외부 회계감사를 의무화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해당 부처들의 반발로 당초 방침보다 크게 후퇴,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당초 기획예산처가 행사키로 했던 산하기관에 대한 경영평가 권한이 각 주무 부처에 넘어가 사실상 종이호랑이 법안이 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조직 및 정원을 조정하거나 새로운 산하기관을 설치할 때 예산처와 사전 협의를 거치도록 하려던 계획도 '사후 통보'로 대폭 후퇴, 법 취지가 퇴색했다. 또한 앞으로 법 적용대상 선정 과정에서 해당 부처 및 기관들의 반발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선정기준이 왜곡될 가능성마저 우려된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 산하기관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었다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내용이 대폭 후퇴한 것이 사실"이라며 "산하기관이 주무 부처의 편의 대로 운영되고 경영 평가도 형식적인 것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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