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접어들면서 국내 기업 경영의 패러다임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기업들이 추구하는 가치의 중심이 외적 유형자산의 팽창에서 지식경영을 중심으로 한 무형자산의 중시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기업의 무형자산은 인적, 지적, 인프라 자산으로 구성되는데 그 중 지적자산의 일부로 생각되어 왔던 브랜드 자산에 대한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기업의 이익 극대화라는 초점이 과거 매출액과 시장 점유율이라는, 외부에 드러나는 가시적 부분에서 고객과의 관계 증진을 통한 브랜드 가치 향상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21세기 경영 패러다임 중 하나가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이제 공장이나 건물, 기타 부동산과 같은 유형자산보다는 기업 문화와 무형자산이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고 있다.
국내 유명 모 기업의 대표가 해외자본 유치를 위해 외국투자기관을 찾아갔다가 기업재무상태의 건전성 및 우수 실적 자료 등을 입증하는 자료가 아니라 브랜드 가치에 관해 쏟아지는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해 투자유치에 실패했다는 일화가 있다. 자산규모나 매출액, 순이익과 같은 재무지표상의 외적 자산보다는 시장 리딩 브랜드의 소유 여부, 브랜드에 대한 투자 규모 및 운용 계획, 브랜드 아이덴티티(정체성)의 확립 등이 투자를 위한 해당기업의 경쟁력 혹은 성장 가능성을 판단하는 더욱 중요한 근거로 작용했던 것이다.
빠르면서도 거대한 변화는 바로 우리 앞에 놓인 마케팅상의 현실이고, 그 속에서 성공한 기업들을 살펴보면 그 기업이 추구하는 방향성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는 아이덴티티를 찾을 수 있다. 이러한 기업들이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브랜드의 철학과 비전이다.
브랜드 가치만 약 84조원에 이르는 코카콜라사는 '세계 최고의 브랜드 기업'이라는 자신감 넘치는 기업비전 하에 제품별 브랜드 및 기업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세계 음료시장의 리더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또 많은 최고경영자(CEO)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기업철학이 변질되는 일은 없다. 기업을 하나의 브랜드로 인식하는 브랜드 중심 경영 사고를 근간으로 발전해 왔기 때문이다. 기업브랜드가 아닌 일반 제품 혹은 제품군의 브랜드 매니저가 바뀌었다고 해도 해당 브랜드의 방향이 일관되게 유지되는 것이다.
기업을 하나의 브랜드로 인식할 때 이러한 기업철학과 비전은 곧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 있다. 또 기업철학과 비전이 소비자들과 일관성있게 커뮤니케이션될 때 명목상의 브랜드가 아닌 기업브랜드로서의 가치와 역할을 발휘할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은 이제 과거의 구태의연하고 보수적인 경영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21세기 지식경영 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새로운 사고, 전략, 조직, 평가시스템을 창출할 수 있는 패러다임인 브랜드 중심 경영을 실천에 옮겨야 할 때다.
/조충환 한국타이어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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