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교도소에 수감 중인 박노항(朴魯恒) 전 원사의 검찰소환을 둘러싸고 4일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이정연(李正淵)씨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 검찰이 출두를 요구한 박씨가 소환을 거부한 것이다. 검찰은 이날 아침 박씨 소환을 발표한 지 4시간만에 당혹스런 표정으로 조사가 무산된 사실을 공개했다.재소자가 수사검사의 소환에 불응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욱 어이없는 것은 박씨를 대변하는 듯한 국방부의 설명. 국방부측은 "박씨 선고공판이 얼마 남지않아 본인에게 불리한 진술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소환거부 이유를 밝히고 "참고인이 가기 싫어하면 억지로 데려갈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당연히 일선 검사들은 "극히 일부 공안사범이 건강문제로 출정을 회피한 경우는 있었지만 재판상 불이익을 이유로 소환을 거부한 적은 없다"며 크게 불쾌한 분위기다.
불이익이 우려된다면 묵비권을 행사하면 될 일이지, 소환 자체를 거부할 일은 아니다. 더구나 박씨는 검찰이 핵심 참고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인물이다.
사실 국방부는 지금까지 줄곧 석연찮은 행보로 의혹을 사왔다. 사회고위층 내사파일은 없다고 그토록 자주 호언해오다 정황이 심상치 않자 지난달 슬그머니 55명 리스트를 내놓았다. 4일에는 정·재계 인사 213명에 대한 내사 사실을 뒤늦게 인정했다. 그뿐이 아니다. 1999년 합동수사에 참여했던 검찰관들의 진술이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있는데도 그저 침묵만을 지키고 있다.
국방부의 이런 태도는 뭔가 저지른 잘못이 많기 때문이 아니냐는 오해만 더욱 키울 뿐이다. 말이 나온 김에 새삼 지적하자면 국방부나 군은 병역비리 파문의 원죄를 안고 있는 당사자다.
당당하거나 또는 책임회피에나 급급할 입장이 아니라는 뜻이다.
배성규 사회부 기자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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