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5일 법정 한도를 넘는 부동산 중개 수수료를 돌려주라고 판결을 내림에 따라 부동산 업계의 과다 수수료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그러나 법원의 사무착오로 인해 '초과 수수료를 돌려줄 필요가 없다'고 판결한 지난해 대법원 판례 역시 유효한 상황이어서 당분간 법적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유사 소송 잇따를 듯
현행 부동산중개업법은 거래되는 부동산 금액의 0.2∼0.9%만큼만 중개수수료로 받도록 하는 한편 이를 어길 경우 중개업 등록 취소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중개업자가 법정한도를 초과해 받은 돈을 계약자에게 돌려줘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중개 수수료를 둘러싼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국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부동산중개업법의 실효성을 보장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당장 이번 판결로 현재 법원에 계류중인 관련 소송이 영향을 받는 것은 물론, 향후 유사소송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수수료 지급일로부터 채권의 소멸시효인 5년이 경과하지 않았다면 소송을 통해 초과 지급분을 돌려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과다 중개료 수수와 관련해 접수된 상담건수는 99년 1,739건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2,812건으로 2년 만에 62%가 증가하는 등 해마다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이들 중 상당수가 민사소송을 통해 피해를 구제 받으려 들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중개료가 거래가의 6%에 달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평균 수수료가 거래가의 0.5%에 불과해 지나치게 낮다는 주장. 전국부동산중개업협회 관계자는 "비현실적인 부동산중개업법의 중개료 상한규정을 현실에 맞게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이번 판결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상반되는 판결로 혼란 불가피
이번 판결은 그러나 기존의 대법원 판례를 뒤집을 경우 법원조직법 7조에 따라 '전원합의체' 판결을 거쳐야 함에도 이를 지키지 않아 당분간 초과 수수료의 처리에 대해 두 가지 법적 잣대가 적용되는 혼란을 야기했다.
2001년 3월 유사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초과수수료를 돌려줄 필요가 없다'고 판결한 것을 대법원이 알지 못해 생긴 어처구니없는 실수다.
대법원 판례의 경우 '판례공보'나 '전산망'에 등록해 관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판결이 사무착오로 누락된 것. 따라서 현재로서는 서로 상반되는 지난해 판결과 이번 판결이 모두 법적 효력을 갖게 돼 하급심 판정에서 혼란이 불가피하게 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 "하급심에서 옛 판결보다 새로운 판결을 따르게 될 것으로 본다"며 "관련 사건이 대법원으로 올라오면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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