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하고 위압적인 도심 속에 식사 한 끼 마음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곳을 찾기는 쉽지 않다. 서울 순화동 빌딩들 속에 숨듯이 엎드려 있는 작은 식당 '장가안가'는 제목 그대로 '장씨가 운영하는 편안한 집'이다. 경찰청 중앙일보 등 주변의 높은 빌딩들 사이에 아직 재개발지역으로 남아있는 좁은 골목길에 들어서면 시골마을을 찾아 간 듯한 정겨움이 느껴진다. 골목길 안쪽에 작은 간판을 내 건 식당은 소박하면서 멋이 있다. 식당 문 앞에 내놓은 키 작은 화초들에 눈을 맞추고 신발을 벗고 50년도 더 된 일식 건물의 다다미위로 올라서면 분주한 사무실의 스케줄을 잠시 잊을 수 있다. 주방에서 직접 식사를 준비하는 주인의 정성도 놓칠 수 없다.주방에서 음식을 만드는 주인 아주머니와 서빙을 하는 아들 단 두사람이 운영하는 이 식당은 생선요리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점심에는 생태찌개 한가지, 저녁에는 회정식을 내놓고 있다. 마른 새우 멸치 등으로 우려낸 다시물에 끓인 생태찌개는 맛이 은근하고 구수해 집에서는 아무리 해도 흉내를 낼 수 없는 맛이다.
무엇보다 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시원하고 정갈하다. 미역 청포묵 숙주무침 꽁치구이 등 밑반찬도 푸짐하다. 식사 후 내놓는 당귀대추차도 맛있다. 저녁은 생선회와 구이 등으로 이루어지는 회정식. 평창동에서 십 여년간 일식집을 운영한 실력이라 맛은 거론할 필요가 없다. 다른 일식집에서 반찬 가짓수로 손님을 끄는 것과는 달리 좋은 생선을 내놓는 등 정석에 충실했다. 손님들을 편안하게 모시기 위해 저녁에는 예약 손님이외에는 받지 않는다. 단체손님의 숫자가 많으면 한 팀만 받기 때문에 조용한 회식모임을 갖기에 딱 좋다. '장가안가'에서의 소박한 음식이 호사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직접 손으로 못질 해가며 꾸민 감각있는 인테리어와 진공관앰프로 들려주는 재즈음악때문이다. 재즈매니아인 아들이 수집한 다양한 재즈곡을 들으면서 반주를 즐기는 맛에 단골손님들이 많다. (02) 752―2432
/김동선기자
생태찌개 5,000원 회정식 3만5,000원(2인분) 5만원(3∼4인분)
맛★★★ 분위기★★★★★ 서비스★★★★★★?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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