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업자는 매매가 자주 일어나고 비싼 물건을 알선할 수록 수입이 는다. 스포츠에이전트라는 직업도 마찬가지다. 중개수수료가 주수입원이기 때문이다. 다만 에이전트의 경우는 품질 보장이 어렵고 제품수명이 짧은 선수를 상품으로 한다는 점이 다르다. 다른 중개업과 마찬가지로 에이전트 역시 고객이 원하는 고액연봉을 쥐어 줄수록 자신의 수입도 늘기 때문에 가능하면 부자구단에 입단시키려는 경향이 있다. 국내 에이전트들이 소속선수를 가급적이면 외국구단으로 보내려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선수권익 보호차원 인정
국내에는 아직 생소한 이 직업이 미국 프로스포츠에 처음 등장했을 때 미국 구단주들도 상당한 거부감을 보였다. 초창기에는 아는 변호사와 함께 연봉협상 자리에 들어온 선수를 그 자리에서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시킨 사례도 있다. 구단으로서는 아무래도 협상전문가보다 선수를 직접 상대하는 게 수월했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그러다 1976년 하원 프로스포츠 청문회에서 에이전트를 선수권익 보호에 유용한 직업으로 인정하면서 이 직업이 미국 프로스포츠에서 활성화되는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이후 주목 받는 스포츠에이전트들이 등장했다. 1960대 초반 아놀드 파머의 에이전트를 시작으로 오늘날의 IMG를 키운 마크 맥코맥, 영화 제리 맥과이어의 실제 모델인 레이 스타인버그 등이다. 현재 박찬호의 연봉협상 대리인인 스캇 보라스는 터프하기로 소문난 에이전트이기도 하다. 이들처럼 유능한 에이전트들은 법률전문가에다 뛰어난 협상기술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선수홍보의 귀재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이 선수홍보를 중시하는 이유는 선수의 상품가치를 높여야 구단이나 스폰서, 광고주에게 비싼 값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잘못된 판단 선수진로 막아
미국에는 아직도 에이전트를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들이 있다. 선수수입을 잘못 관리하거나 과도한 수수료를 챙기는 행위, 같은 포지션의 여러 선수가 한 에이전트에게 소속되어 발생하는 선수간 갈등, 능력부족으로 수입기회를 놓치는 일, 에이전트간 과도한 경쟁 등으로 물의를 빚는 일이 흔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일월드컵 대표팀에서 뛰었던 우리 스타들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오도가도 못하는 처지가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혹시라도 국내 에이전트들이 외국구단도 국내 선수의 개인 기량까지 세계 4강으로 봐줄 것으로 믿고 안일하게 접근해 선수가치를 떨어뜨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정희윤·(주)케이보스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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