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 오브 파이어'(Reign of Fire, 감독 로브 바우만)는 입으로 불을 토해내는 용들이 인류를 파멸시킨다는 내용의 SF 재앙영화다. 파리, 뉴욕 등 대도시들이 불타고 인류가 멸망 직전까지 내몰린 2020년, 런던 근교 노섬버랜드의 고성(古城)에 생존자들이 하나 둘 모여 용들과 최후의 결전을 겨룬다. 스산하고 황량한 중세적 분위기, 장중한 스케일이 볼만하다.12세 소년 퀸이 엄마를 따라 런던의 지하터널을 탐사하다가 몇 백년 동안 잠들어 있던 거대한 용과 마주친다. 용은 순식간에 지하를 불바다로 만들고 퀸의 엄마를 앗아간다. 영화는 그로부터 20년 후 용들이 인류를 짓밟고 지구를 정복하기 직전의 암울한 시대를 다루고 있다. 눈부신 테크놀로지도 용의 불길을 이겨낼 수는 없다. 용은 인간보다 뛰어난 지능을 갖고 있다.
어른이 된 퀸(크리스찬 베일)이 옛 성을 보루로 삼아 살아남은 자들을 모으고, 미 해병대 출신 용병 반잔(매튜 매커너히)이 뛰어들면서 노섬버랜드에는 긴장감이 돈다. 용의 근거지로 쳐들어가자는 매파 반잔과 부족의 미래를 위해 신중하게 행동하자는 비둘기파 퀸의 싸움이 벌어진다. 이 틈을 타 성채로 날아온 용은 성을 불바다로 만든다.
수백 개의 촛불과 스테인드 그라스 등 고색창연한 성을 배경으로 현대적인 신무기와 용의 화염이 격돌하면서 박진감 넘치는 화면들이 연출된다. 펑크족 같은 반잔의 용병 부대, 말을 타고 다니는 중세 기사식 복장 등 독특한 패션도 눈에 띈다. 비늘 턱 이빨 등을 섬세하게 형상화 한 용의 입체감도 볼만하다.
영화의 전체적인 톤이 무겁고, 장면 전환이 요즘의 블록버스터들에 비해 조금 둔탁한 편. 플로렌스, 파리 등 대도시가 불타는 장면을 타임지 표지 사진으로 간단히 처리해 버려 실감이 나지 않는다. 삭발을 하고 온몸에 문신을 한 메튜 메커너히가 마초적인 남성성, 위대한 미국인의 신화를 강렬한 이미지로 연기했다. 13일 개봉. 12세관람가.
/이종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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